법적 분쟁 휘말린 ‘추억의 장소’…어린이대공원 놀이동산에 무슨 일이?

위탁업체,가압류 반발 운영 중단
서울시설공단은 계약해지 통보
"사용료 과다" "상습 체납" 맞서
시민들 "빨리 활기 되찾았으면..."

지난 16일 오후6시께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내 놀이동산이 ‘쉽니다’라는 간판을 내건 채 굳게 닫혀 있다. 놀이동산은 서울시설공단의 은행 계좌 가압류에 반발해 지난달 25일 운영을 중단했다./김태영기자

“공원 입구에 매표소가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인파가 붐벼서 ‘입장하는 데만 1시간이나 걸렸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었다. 놀이동산 앞에는 ‘만원이므로 정리된 후 입장시키겠다’는 공고가 걸렸다.” (D일보 1973년 5월7일자 기사)

지난 1973년 개장 당시 ‘아시아 최대 규모의 테마공원’이라는 명성을 얻었던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내 놀이동산이 한때의 영광을 뒤로 한 채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놀이동산을 위탁운영하는 ‘어린이대공원 놀이동산(이하 놀이동산)’이 서울시설관리공단의 은행 계좌 가압류에 반발해 지난달 25일 운영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시설관리공단은 지난달 31일 놀이동산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어린이대공원 놀이동산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7일 업계에 따르면 시설관리공단과 놀이동산 사이에는 오랜 기간 얽히고설킨 ‘사용료 분쟁’이 있다. 오정우 어린이대공원장은 “놀이동산 측에서 예전부터 여러 번 사용료를 미납한 후 조정 소송을 걸어 그때마다 법원 명령에 따라 조정을 했다”며 “최근에는 업체가 2018년부터 2년간 48억원의 사용료를 미납한 후 또 소송을 제기했는데 8월27일에 행정법원이 ‘공단의 사용료 산정이 과다하지 않다’며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고 설명했다. 법원에서도 적법하다고 판단한 사용료를 업체가 내지 않은 만큼 가압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5월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놀이동산이 가족 단위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위탁업체 측의 설명은 다르다. 2010년 정재영 금강휴게소 회장이 현재의 놀이동산 법인을 인수할 당시 이전 경영진 체제에서 생긴 61억원의 체납금을 43억원으로 감액해 대납하는 대신 서울시 측에서 놀이동산 운영에 따른 손해를 보전해주겠다고 약속했다는 주장이다. 박준용 놀이동산 이사는 “인수 당시 놀이동산의 순이익은 3,000만원에 불과했는데 이 상황에서 서울시의 손해보전 약속이 없었다면 (정 회장이) 인수를 했겠느냐”며 “여러 차례 조정을 거쳤음에도 사용료가 너무 비싸 제대로 된 운영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박 이사는 이어 “놀이동산 1년 매출이 60억원 정도인데 거의 절반을 사용료로 내야 한다”며 “서울랜드의 사용료가 약 47억원으로 우리 놀이동산 사용료의 1.5배 정도지만 면적은 12배나 크다”고 덧붙였다.

시설관리공단과 놀이동산 사이의 법정 분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탁업체는 지난달 27일 나온 ‘사용료가 과하지 않다’는 판결에 불복하는 항소장을 10일 제출했다. 반면 오 어린이대공원장은 “정 회장은 43억원의 대납금도 거의 회수했고 업체의 요청에 따라 계약 연장도 해줬다”며 “위탁이 가능한지 묻는 다른 업체들도 있는 만큼 현재 위탁업체가 시설을 철거하면 새 사업자를 선정하는 입찰을 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놀이동산을 둘러싼 갈등에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33년간 인근에 살아온 김모(60)씨는 “몇십 년 전에는 놀이동산에 사람이 말할 것도 없이 많았다”며 “봄에는 견학 오는 학생들도 많은데 운영이 정상화돼서 활기를 되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모(32)씨도 “(어린이대공원 내) 동물원은 운영이 나름 잘되고 있는 것 같은데 놀이동산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잘 운영되면 공원에 오는 게 더 즐거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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