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운용역 4명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750조원을 넘는 돈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기강 해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국민연금 등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에서 대체투자를 담당하는 책임운용역 1명, 전임운용역 3명이 대마초 흡입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수사 맡은 전북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이번 달 중으로 조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 7월 이들을 자체 적발해 관할 경찰서에 고발했다. 이후 내부감사를 진행해 지난 9일 이들을 전원 해임 조치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대마초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이들의 모발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소변검사에서는 음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투약 시기 등이 불분명해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 경위 등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752조2,000억원에 달하는 적립금을 운용하고 있다. 이들 적립금이 국민 대다수의 노후 생활 안정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직접 자산 운용을 하는 운용역들이 마약 혐의로 입건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구설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10월에는 직원 114명이 해외 위탁운용사로부터 숙박비와 식비 등을 지원받아 해외연수를 다녀온 사실이 알려졌다. 그보다 앞서 2017년에는 퇴직예정자들이 기금 운용과 관련한 기밀을 전송한 사실이 감사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전북 전주의 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발생한 인력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라 지난 2017년 이전한 이후 인력난을 겪고 있다.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인재들이 국민연금을 떠나거나 찾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용진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국민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며 “이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