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철규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국은행이 올해 초 1.25%였던 기준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인하해 사상 최저인 0.5%로 내리면서 우리나라도 제로금리 시대를 맞았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2.25%에 불과해 같은 기간 국민연금 수익률(11.31%)에도 크게 못미쳤다.
저금리 시대에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원리금보장형 상품 중심의 보수적인 투자에서 벗어나 실적배당형 상품의 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 퇴직연금(DC·IRP) 가입자는 안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전략을 벤치마크해볼 만하다. 국민연금의 지난 2019년 말 기준 자산배분은 채권(47.7%), 주식(40.6%), 대체투자(11.5%) 순이며 전체 자산의 3분의1 이상(35%)을 해외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회사에서 매년 적립해주는 퇴직연금 부담금을 만 55세 이후에 인출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적립식으로 투자해야 한다. 퇴직연금을 국민연금처럼 주식·채권·대체투자 등 다양한 실적배당형 상품에 ‘분산투자’하고 ‘장기투자’하면 포트폴리오의 위험은 낮아지고 그만큼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둘째, 퇴직연금은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정기예금·펀드·상장지수펀드(ETF)·리츠·채권 등 다양한 상품으로 포트폴리오 운용이 가능한데 이 중에서 국내 상장 리츠와 인컴형 ETF 등을 활용해볼 만하다. 초저금리 시대에 연 4~6%대의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은 매력적이다. 또한 퇴직연금은 이자나 배당에 대한 세금을 소득이 발생하는 즉시 내는 게 아니라 연금을 수령할 때 연금소득세를 납부하기 때문에 ‘과세이연’과 ‘저율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즉, 현재 이자나 배당에 대한 세율은 15.4%인 데 반해 연금소득세율은 3.3~5.5%에 불과하다. 다만 리츠와 인컴형 ETF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은 편이지만 위험자산이므로 다양한 상품에 분산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셋째, 투자 경험이 부족하거나 연금자산 관리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자산운용사가 가입자의 생애주기에 맞춰 자산배분 비율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TDF는 은퇴시기가 많이 남았을 때는 실적배당형 상품의 투자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은퇴 시점이 가까이 올수록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 안정적으로 운용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TDF 평균수익률은 9.75%로 2019년 퇴직연금 수익률의 4배 이상이다. TDF는 최근 공모펀드 시장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만 7,000억원 이상 증가해 설정액이 3조원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