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 株 헤는 밤!...해외주식 직구 열풍[토요워치]

개미들, 코로나發 하락장 발판 삼아
'테슬라' 등 핫한 美기술주 대거 매입
최근엔 中·홍콩증시 투자 증가 추세
올 해외거래 규모 작년의 3배 '껑충'
기업정보 접근 제한 등 리스크 높아
맹목적 '몰빵' 위험...분산투자 나서야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거래 규모가 올해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시중의 갈 곳 잃은 자금들이 주식시장으로 밀려 들어오는 가운데 고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해외증시로 발을 뻗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해외주식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일본·유럽·캐나다 등의 주식을 사는 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다수의 전문가는 개인들이 직접 해외주식을 사들이는 투자 트렌드는 앞으로 더 확산할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다만 해외주식은 국내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정보 접근이 제한적이고 위험도가 높아 막연한 장밋빛 환상만으로 섣불리 해외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코로나19’로 ‘줍줍’하던 개미…해외주식 1,000억달러 시대 개막=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주식을 사고판 거래 규모(9월14일 결제금액 기준)는 1,21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1년 동안 거래된 금액(410억달러)보다 약 3배 늘어난 것이다. 사실 해외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은 몇 년간 있었던 흐름이다. 이에 거래 규모도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동학개미운동’과 더불어 해외주식투자가 보편화하면서 거래 증가 속도가 ‘역대급’으로 빨라지고 있다. ‘개미’들의 해외 진격을 촉발하게 된 계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졌지만 ‘진격의 개미’들은 이를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했다. 실제 해외주식 결제를 월별로 나눠보면 올 2월 82억2,200만달러 수준에서 3월 137억6,200만달러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순매수도 2월 4억2,600만달러에서 3월 7억2,700만달러로 늘어난다. 올 3월은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가 약 20% 하락하던 시기로 개미들이 하락장을 발판 삼아 대거 해외로 원정을 떠났다는 의미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는다는 우려도 컸지만 이후 주요국 증시는 각국의 재정·통화정책에 힘입어 빠르게 반등했다. 이에 탄력을 받은 한국 투자자들은 더 많은 해외주식 거래를 시도했다. 7월 해외주식 거래 규모는 193억5,058만달러에 달했다.



◇‘G2’에 매료된 원정개미=원정개미들의 최대 관심은 미국 증시다. 이에 이달 14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해외주식 상위 10위 가운데 7개 종목이 미국 주식이다. 미국 종목 중에서도 테슬라(35억6,988만달러), 애플(20억8,532만달러), 아마존(17억6,299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11억992만달러) 등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성장주들의 보유 비중은 절대적으로 크다. 다만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입한 데도 일종의 흐름이 있다. 현재 가장 ‘핫’한 주식은 단연 테슬라다. 테슬라의 최근 한 달간 국내 순매수는 8억2,902만달러 수준에 달한다. 하지만 올 2·4분기만 하더라도 개미들의 ‘최애’ 종목은 미국 장난감 업체 ‘해즈브로(순매수 3억9,094만달러)’였다. 코로나19로 집안의 활동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증권사들의 추천이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정보가 퍼져나가면서 유명해진 종목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동향도 하나의 나침반이 된다. 버핏의 매수 소식이 들리면 이에 동조하는 흐름이 적지 않게 목격되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버핏이 항공주에 투자했다는 뉴스가 나오자 국내에서도 델타항공·보잉 등 항공주 매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회사채를 직접 사들이겠다고 하자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를 따라 사는 모습을 보인 바도 있다. 최근은 중국 본토와 홍콩 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본시장 육성을 위해 증시 활성화에 나섰고 중국의 기술 굴기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13억이 넘는 인구를 토대로 한 중국 내수시장도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이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도 텐센트·알리바바·SMIC 등 기술주 중심으로 사들이고 있다.

◇달콤한 고수익의 유혹=자본시장이 성숙하는 과정에서 해외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올해 급격히 해외주식투자가 늘어난 것은 결국 ‘유동성의 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지연 미래에셋대우 마포WM 부지점장은 “저금리가 고착화하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졌고 이 과정에서 해외투자 또한 늘어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주식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높은 수익률이다. 가령 미국 증시의 경우 과거 10년간 꾸준히 상승한 성과에 신뢰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미국의 S&P500지수의 경우 지난 10년간 약 170% 상승한한 반면 한국의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약 30% 수준에 그친다. ‘원정개미’들이 가장 많이 산 테슬라의 주가만 봐도 올 들어 420%나 급등했다. 여기에 미래 전망도 해외가 밝다고 판단한다. 즉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해외에 다수 포진하는 것이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주 중심으로 사들이는 것 자체가 그쪽에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몰빵’은 위험…해외주식도 분산투자가 답=해외주식이라고 해서 모든 종목이 다 고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맹목적인 기대는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가령 올 2·4분기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해즈브로’의 경우 당시 주가는 60~70달러 선에서 등락을 보였는데 15일 종가는 77.41달러를 기록했다. 기대와 달리 큰 재미를 보지 못한 투자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쓴맛을 볼 수도 있다. 올 3·4분기 들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SMIC(1억6,445만달러)의 경우 미국 행정부의 규제 검토 소식이 전해지자 하루에 20% 넘게 폭락하는 경우가 있었다. 30대 직장인 조모씨는 “중국 주식에 관심을 가지면서 SMIC를 매수하려고 생각했다”면서 “이후 미국 정부가 규제할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온 뒤 하루에 30% 가까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겁이 나서 섣불리 못 하겠더라”고 말했다. 테슬라도 마찬가지다. 테슬라는 이달 8일 하루에만 주가가 21% 급락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을 높였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투자를 하더라도 분산투자를 원칙으로 적절하게 포트폴리오를 배분하면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