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293490)의 초기 투자사들이 원금 대비 10배를 웃도는 수 백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하며 잭폿을 터뜨렸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B인베스트먼트는 보유하고 있던 카카오게임즈 지분을 지난 11일 모두 장내에서 처분해 500억원 이상을 회수했다. LB인베스트먼트는 2015년 벤처펀드인 ‘미래창조LB선도기업투자펀드20호’를 통해 카카오게임즈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50억원어치 인수했다. 당시는 카카오게임즈가 카카오에 흡수되기 이전 엔진이라는 회사였던 시절로 설립한 지 2년밖에 안 된 신생기업이었다. 펄어비스·네시삼십삼분 등 게임회사에 투자했던 LB인베스트먼트는 이들과의 시너지와 향후 카카오의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눈여겨봤다. 당시 기업가치(EV)는 약 1,000억원에 불과했다.
LB인베스트먼트가 투자금을 회수한 지난 11일은 카카오게임즈가 이른바 ‘따상상’을 치며 시가총액이 6조원에 육박했던 날이다. 단순 숫자로만 비교하면 5년 만에 60배가 오른 시점에 수익실현을 한 것이다. 다만 카카오가 신주를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을 가지고 있어 일부 지분을 조기에 처분한 탓에 기업가치가 수십 배 오른 수준만큼 차익을 거두지는 못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021080)먼트 역시 약 300억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에이티넘인베스트는 LB인베스트먼트와 함께 50억원을 투자했지만 이후 일부 지분을 매각했다. 2018년 초 기업가치 1조원 미만에 100억원을 투자했던 프리미어파트너스 역시 절반씩 상장 이전과 이후에 팔아 원금 대비 4~5배에 달하는 차익을 거뒀다. 당시 프리미어파트너스는 카카오게임즈가 넷마블과 텐센트 등으로부터 1,4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할 때 재무적 투자자(FI)로 동참해 지분을 확보했다.
게임회사 치고 카카오게임즈의 주요 FI는 LB인베스트먼트·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프리미어파트너스 등 3곳으로 비교적 적은 편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이들의 총 지분율은 3%에 채 못 미친다. 통상 게임회사에 대한 FI의 지분율은 20%를 웃돈다. 투자금을 모아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들과 달리 카카오게임즈는 이미 제작된 게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퍼블리싱을 주로 하는 곳으로 넷마블·크래프톤과 같이 자체 IP를 보유한 회사로부터 전략적 투자(SI)를 받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는 장외에서도 인기가 뜨거웠는데 공모주 광풍이 불면서 투자사들도 역대급 수익률을 올렸다”며 “FI들 역시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놀라는 눈치”라고 설명했다. /김기정기자 aboutk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