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원화 강세타고 두달만에 최대매수...外人 귀환 시작되나

[외국인, 국내증시 순매수 전환]
원화가치 뛰며 자금 증시 유입...지난주 3주만에 사자로
실적개선 기대 큰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반도체로 몰려
'바이 코리아' 지속 예상속 가파른 외환시장 변동 경계도


한국 주식시장에 외국인 복귀의 청신호가 켜졌다. 중국의 위안화 강세에 힘입어 한국 원화 가치도 덩달아 뛰면서 한국 주식 시장으로의 유입 매력이 커진 것이다. 이에 전주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약 6,470억원 규모를 사들여 주간 단위로 3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고 외인이 사들인 규모도 두 달여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원화 강세에 의한 외국인 매수가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가파른 외환 시장의 변동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18일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총 6,469억6,800만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8월4주(8월24~28일) 3,535억8,200만원 규모를 순매수한 후 주간 단위로는 3주 만에 나타난 ‘사자’ 흐름이다. 특히 이 기간 외인이 순매수한 규모는 7월4주(27~31일)에 기록한 1조9,976억8,600만원 이후 최대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외국인은 올 연저점을 기록한 3월19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약 15조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의 순매수 전환은 원화 강세에 힘입은 바가 컸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160원30전에 마감해 올 1월20일(1,158원10전)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중국 위안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원화도 따라 뛰었다. 위안화는 6월 초 달러당 7위안이 넘었지만 18일 장중 6.75위안까지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을 받은 중국 경제가 최근 각종 지표에서 빠르게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채권 및 주식 등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가속화해 통화 가치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안화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강세를 보일 때 외국인 자금의 국내 증시 유입은 확대됐다.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6.8위안 아래에서 움직일 때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8,839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전 4개월 동안 4조원 가까이 순매도한 것과는 대비된다. 위안화 강세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나타내는 달러화 대비 신흥국 통화 지표도 끌어내리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신흥국 달러 지수는 5월 135선을 웃돌다 최근 128까지 낮아졌다.

위안화와 원화의 동반 강세에 힘입어 국내 증시로 돌아온 외국인 자금은 가장 먼저 반도체 업종으로 몰리고 있다. 외인들은 지난주 SK하이닉스(000660)를 약 5,425억원어치 사들였다. 또 삼성전자(005930)도 2,740억원 규모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난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1·3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반도체 업종 실적에 대한 낙관론이 연이어 나오면서 관련 업종에 매수가 쏠렸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위안화 강세 수혜업종인 자동차 업종 역시 외국인들이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현대차 주식 6,841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서는 443억원어치만 순매도하면서 매도세를 완화했다. 기아차는 오히려 이달 들어서는 498억원 순매수세로 돌아섰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위안화와 원화의 동반 강세로 외국인의 순매수를 이끌고 있고 그중에서도 반도체 등 실적 개선 업종을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올해 순이익 시장 전망치(250개)는 전주 대비 0.4% 상향 조정됐는데 이 중에서도 반도체(1.8%), 디스플레이(1.3%) 등의 이익 전망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위안화 강세가 더 이어질 것이라고 점치는 시각이 늘고 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중국 위안화가 앞으로 1년 안에 달러당 6.5위안까지 평가 절상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원·달러 환율도 1,150원선이 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 대선을 앞두고 중국과의 패권전쟁이 극에 달하거나 글로벌 경제가 과도하게 둔화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달러 환율은 1,140~1,180원 구간 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더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중국·대만·싱가포르 등 환율이 동반 강세를 보이며 이들 통화 표시 자산의 매력도 높아질 수 있다”며 “최근 확인된 국내 외국인의 매수세는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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