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의 뒤안길] 고구려 고분벽화 속 천상세계

쫑긋한 귀·날개 가진 천인과 동물, 천장 수놓아

고구려 고분인 무용총의 천장벽화. /사진제공=문화재청

20세기 초 프랑스의 고고학자 에두아르 샤반에 의해 학계에 처음 알려진 고구려 고분벽화는 이후 일본의 건축학자 세키노 다다시, 독일의 미술사학자 안드레아스 에카르트 등 고분 발굴조사에 참여했던 외국 학자들의 눈을 매료시켰다. 그들이 저술한 ‘조선미술사’에는 직접 그린 삽화와 함께 고구려 고분벽화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실렸고 실제로 봤을 때의 놀라움도 생생하게 적혔다.


그 이후로 한 세기가 지났고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는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아쉽게도 벽면에 그려진 사신도와 인물 풍속도에 비해 천장에 그려진 그림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고구려 고분들이 북한과 중국 영토에 있어 직접 조사는 물론 사진기록물을 접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는 베일에 싸인 고대 왕국, 고구려의 실체를 밝힐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고대 이집트인처럼 영혼불멸의 내세를 믿었던 고구려인들은 고분 천장에 아름다운 천상세계를 그려놓았다. 천상으로 가는 길목에는 날개 달린 말과 물고기, 반인반수(半人半獸)의 동물들, 그리고 하늘을 나는 천인들이 등장한다. 모두 날개가 있거나 토끼처럼 귀가 쫑긋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는 이들이 어디에서 왔고 이름이 무엇인지도 잘 알지 못한다.

지난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인면조(人面鳥)도 그중 하나다. 고구려 고분 천장에는 고대 신화 속의 존재뿐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상상했던 우주의 모습도 담겨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올 연말에 고구려 고분벽화의 아름다운 그림과 문양들을 일러스트로 수록한 ‘고구려 고분벽화 문양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그간의 연구가 고분벽화 속 그림들의 원형을 찾고 의미를 되살리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는 여기에 무한한 상상과 이야기들이 더해져 미래의 문화예술 콘텐츠로 아름답게 재생산되리라 기대한다.
/박윤희 국립문화재연구소 미술문화재연구실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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