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24시] 스가 내각과 '동북아 비전' 공유·한일관계 개선을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아베 외교적 스탠스 유지 가능성 커
일제 강제징용 등 협의사안 많지만
유연 리더십 발휘땐 갈등 호전될수도
한일 신뢰증진 위한 접촉부터 나서야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일본은 새롭게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시대가 열렸다. 한국으로서는 새로운 스가 내각 하의 한일관계가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가 무엇보다도 초미의 관심사라고 하겠는데 예상의 대부분은 긍정적이라기보다 부정적이다. 이러한 예상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에 기인한다.

첫째는 스가 내각에 아베 내각의 각료들이 다수 유임됐다는 점이다. 스가 내각 20명의 각료 중 9명이 새롭게 입각했고 그 나머지는 아베 내각에서 각료직을 역임한 사람들인데, 특히 한일관계와 관련해 외교를 담당하는 모테기 도시미쓰 외상이나 재정 및 금융을 담당하는 아소 다로 부총리, 그리고 교과서 문제 등과 연관될 문부과학대신에는 하기우다 고이치가 그대로 유임됐다. 납치문제 등을 담당할 관방장관에는 가토 가쓰노부 전 후생노동대신이 임명됐는데 유임된 이들 모두가 아베 내각의 강경한 대한정책에 일조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정책의 연관성을 엿볼 수 있다.


둘째는 스가 총리의 외교보다는 국내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당료 출신의 정치가라는 배경을 가진 스가 총리가 외교정책과 관련된 분야와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인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국내 정치적인 차원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가 총리가 차기 총리의 유력후보로 제시하는 고노 다로 전 방위상을 행정규제개혁담당대신에 임명하면서 내각의 최우선 분야라고 지적한 것에서도 이러한 측면을 엿볼 수 있는데 그 이면에는 외교와 관련해 아베 내각이 제시한 방향을 따른다는 발언이 있다고 하겠다.

셋째는 스가 내각이 내년, 즉 오는 2021년 9월까지 잔여 임기를 수행하는데 이 기간 중에 중의원 총선거를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중의원의 임기는 도중에 해산되지 않는 한 내년 10월까지인데 이는 달리 말하면 스가 내각의 장기집권 가능성이 다가올 중의원 총선거의 성패에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총선거를 앞둔 스가 총리로서는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아베 내각의 외교적 스탠스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사임표명 전에는 다양한 문제들로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던 아베 총리지만 사임표명 후에는 지지율이 크게 반등했다는 점은 변화의 가능성을 예상하기 힘들게 만든다.

긍정적인 예상은 스가 총리가 아베 전 총리보다는 좀 더 유연한 타입의 리더십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징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니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지만 한국과의 오랜 협의 속에서 인맥을 갖고 있다는 그의 언급에서 알 수 있듯 협의 여하에 따라서는 현재의 갈등적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의 역할도 강조된다. 미중갈등 와중에 친중파로 알려진 니카이 간사장의 영향력이 커진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친한파로 알려진 니카이 간사장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부정적 예상의 요인들로 제시한 점들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예상이라는 것도 단기간에 실현될 것으로 보기보다는 장기적인 차원의 예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이러한 장기적인 예상은 다가올 중의원 총선거에서 스가 내각이 승리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일관계의 최대 현안인 일제 강제징용 관련 일본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 문제의 처리에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스가 내각과의 협의에 있어서는 서두르기보다 시간을 갖고 신뢰증진을 위한 접촉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외교보다는 국내 정치에 초점을 두는 스가 내각의 등장은 동북아 지역의 안보 현실을 잘 대변해준다. 동북아 지역의 불안정성이 이처럼 국내 정치에만 몰두하는 각국의 현실에 기인한다는 점을 볼 수 있다는 것인데 이를 극복하려면 동북아평화협력의 비전으로 다름을 포용할 수 있는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한국이 이제까지 추진해온 동북아평화협력의 포용적 비전 하에서 한일관계의 개선을 추구하는 것은 지역의 안정성 확보에 기여함은 물론 통일로의 한걸음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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