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계 정기총회 돌입...전광훈 목사 이단 규정 어려울 듯

개신교계 회의 안건 중 뜨거운 감자로 부상
온라인 정기총회로 전환하면서 논의 어려워
총회장 선출 등 시급한 안건 위주로만 결정
개인 성역화한 전 목사에 별다른 영향력 없어
일부 보수성향 목회자들 회의적인 반응도

보석 취소로 재수감되는 전광훈 목사가 7일 오후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 자택에서 호송되고 있다./연합뉴스

국내 개신교계 주요 교단들이 정기총회를 앞둔 가운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이단 규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총회가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사실상 제대로 된 논의가 어려워진데다, 개신교 내에서 전 목사의 이단 규정을 반대하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교계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등에 따르면 21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교단을 비롯해 통합(21일), 고신(22일), 개혁(22일),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침례 등 주요 교단들이 정기총회를 진행한다. 총회는 교단의 총회장 선출 등 교단 운영과 관련된 주요 안건들을 처리하는 자리로, 올해는 코로나19 2차 대유행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전 목사의 이단 규정이 각 교단의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극우성향의 전 목사는 지난해 청와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하나님 나한테 까불면 죽어”라고 발언해 신성 모독 논란을 불러왔다. 또 지난달에는 8.15 광복절 광화문 집회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를 초래하며 교회 안팎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개신교 내에서는 전 목사와 한기총을 각각 이단 옹호자와 이단 옹호단체로 규정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단 규정은 통상 각 교단의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이 모여 안건을 논의한 뒤 총회에서 최종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앞서 주요 교단들이 참여한 ‘8개 교단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협의회’는 전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올해 총회가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이단 규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통상 3~4일간 진행되는 총회 일정은 반나절로 줄어들었고, 참석 인원도 50명 이하로 제한되면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평가다. 교단들은 임원진 선출 등 시급한 몇몇 주요 안건을 위주로 논의하고, 나머지 사안들은 추후 총회에서 다룰 계획이다. 한교총 관계자는 “이단 문제는 온라인으로 논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각 교단에서 전 목사의 활동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올해 안으로 결론을 내기에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단으로 규정하더라도 전 목사가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교계의 적극적인 동의를 끌어내지 못하는 요인이다. 이단으로 규정되면 개신교계에서 퇴출되는 것은 물론 목사 직위가 박탈돼 공식적인 활동이 중단된다. 하지만 전 목사는 지난달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직에서 사퇴한 뒤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자신의 추종세력을 만들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 목사의 활동 배경이 된 한기총 역시 전 목사와의 갈등으로 대부분의 교단이 탈퇴해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여기에 전 목사를 두둔하는 개신교 내 일부 보수성향의 목회자들도 이단 규정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실정이다.

서울의 한 대형교회 목사는 “전 목사는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과 마찬가지로 성역화 작업을 거치면서 개신교계를 떠나 별도의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존재”라며 “코로나19를 확산시킨 책임을 물어 재판을 받고 있는 이만희 총회장처럼 전 목사도 이단 문제 이전에 법적인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이단 문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정되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예장 합동 임원진들이 정기총회를 앞두고 회의 진행방식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교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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