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강화 비웃듯..."北, 2008년 이후도 美은행 거쳐 자금 세탁"

NBC방송, 재무부 산하기관 문건 등 분석
“수년간 미 은행 통해 1억7,000만弗 승인”

지난 2008~2017년 북한의 자금 세탁과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미국 은행 JP모건의 뉴욕 본사 모습. 미 NBC방송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강화되던 이 시기에 북한이 JP모건 등 미국 은행들을 거쳐 자금 세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 자료사진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던 2008~2017년에도 미국 유명은행을 거쳐 자금 세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미 NBC방송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보도는 NBC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 전 세계 400명 이상의 언론인과 함께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등에서 입수한 문건을 분석한 결과의 일부다.

이들 문건은 미국이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개발에 대응해 꾸준히 제재를 강화하던 2008~2017년 기간을 주로 다루고 있다.

NBC는 이들 문건을 토대로 JP모건과 뉴욕멜론은행 등 미국 은행을 통해 승인된 북한 관련 거래 규모가 수년간 1억7,480만달러(약 2,032억원)를 넘는다고 전했다. 북한은 유령회사를 활용하거나 중국 기업의 도움을 받아 미국 은행을 거쳐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NBC는 해당 거래가 이뤄진 구체적인 기간과 이것이 전체 자금세탁 규모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NBC는 대량살상무기(WMD) 제조와 관련해 제재 대상인 북한 기업과 금융거래를 한 혐의로 이미 미국 법무부에 의해 기소된 중국 단둥훙샹실업발전과 마샤오훙 대표 사례를 꼽았다.

뉴욕멜론은행 문건에 따르면 마 대표와 이 기업은 미국 은행을 거쳐 수천만달러를 보내기 위해 일련의 위장기업을 활용, 중국과 싱가포르, 캄보디아, 미국 등을 통해 자금을 북한으로 송금했다. 문건에는 유령회사로 보이는 기업에 자금이 흘러갔으며, 일부 기업은 캄보디아처럼 고위험군 국가에 등록돼 있거나 거래에 대한 뚜렷한 상업적 이유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고 적혀 있었다.

NBC 방송은 마 대표가 당시 북한과 사업을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언론 인터뷰까지 있었지만 이 은행은 수십건의 이체를 허용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JP모건체이스은행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북한과 연관된 11개의 기업 및 개인에게 이득을 제공한 8,920만달러의 거래를 감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에는 단둥 싼장무역, 싱가포르 SUTL 등이 포함돼 있었는데, 글로벌 무역정보업체 판지바에 따르면 싼장무역은 북한으로 최소 80차례 선적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 기업은 또 2014년 유엔 보고서에 북한 선적과 연루돼 있다고 적시되기도 했다.

NBC는 이처럼 미국의 은행이 자금 세탁에 활용되는 이유로 이들 은행이 해외 은행의 외환이나 다른 거래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리은행 업무’(correspondent banking)를 담당한다는 점과 연관 지었다. 미국 재무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자금 세탁자들이 불법 자금을 옮길 때 대리은행 서비스를 종종 이용한다며 미국 금융기관이 종종 이 거래를 무의식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중대한 취약점이라고 지적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