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드라이버 샷 하는 디섐보. /EPA연합뉴스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의 실험은 계속된다.
디섐보는 21일(한국시간) 끝난 제120회 US 오픈 정상에 오른 뒤 “다음주에 48인치 드라이버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장타 대회 전문 선수인) 카일 버크셔, 저스틴 제임스 등은 내가 더 열심히 하도록 독려한다”면서 “그들은 장벽을 깨는 사람들이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48인치는 골프 규칙이 허용하는 드라이버 길이 한계치다. 길이가 길수록 스윙과 볼 스피드는 빨라지지만 컨트롤이 어렵다. 디섐보는 45.75인치를 사용한다. US 오픈 우승이 자신의 방식을 검증했느냐는 질문에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답한 디섐보는 “360, 370야드, 혹은 그보다 멀리 때리기 위해 (골프용품 계약사인) 코브라골프와 함께 놀라운 일들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매체 골프월드에 따르면 코블라골프의 벤 슈민 대변인은 “디섐보는 이미 드라이버 헤드 바닥에 가벼운 2g짜리 무게 스크루를 사용하기 때문에 샤프트가 2.25인치 늘어나는데 따른 무게 추가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필 미컬슨(47인치)과 포드리그 해링턴(48인치)이 드라이버 길이를 늘렸다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바 있다. 디섐보는 올해 근육으로 몸무게를 불려 비거리 20야드를 늘렸다.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앞서 모든 아이언을 7번 아이언 길이로 만들고 낮은 로프트의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등 위험을 감수하는 실험을 진행해왔다. 이를 통해 메이저대회 첫 승을 포함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7승을 거뒀기에 48인치 도전에도 관심이 쏠린다.
디섐보는 단순히 샷 거리 증대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통한 ‘게임 체인저’를 추구하는 듯하다. 그는 우승 후 “나는 확실히 경기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모든 사람이 내 방식대로 하라는 말이 아니라 ‘어쩌면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영감을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디섐보는 풀을 짧게 깎아놓은 페어웨이 안착에 얽매이지 않고 최종 목적지인 ‘홀’ 공략 각도가 좋은 방면으로 티샷을 보내는 자신만의 경기운영 방식을 밀어붙였다. 그가 머리만 써서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식단 관리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불린 그는 US 오픈 3라운드를 마친 뒤 다른 대회와 마찬가지로 저녁 늦게까지 드라이버를 휘두른 소문난 연습벌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