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배터리데이' 코앞… 2차전지株 향배는

테슬라데이 이틀 앞둔 21일 2차전지주들 혼조세
테슬라 자체 생산 배터리 양산계획 발표시에는
국내 기업들도 부정적 영향 가능성 불안감 커져
증시전문가들 "단기적 영향은 없을 듯" 한목소리


22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배터리데이’에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의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 테슬라가 사용 시간은 확 늘리고 가격은 크게 낮춘 새로운 배터리의 구체적인 생산 계획을 밝힐 경우 국내 기업들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이날 국내 2차전지 대표 기업인 LG화학(051910)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만 9,000원(-5.86%) 하락한 62만 7,000원에, 삼성SDI(006400)의 주가는 7,000원(-1.55%) 떨어진 44만 6,000원에 마감됐다. 반면 SK이노베이션(096770)은 전 거래일보다 4,500원(2.94%) 오른 15만 7,000원에 거래가 종료됐다. 2차전지 소재 관련주에서도 주가는 혼조세를 보였다. 천보와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전 거래일 대비 각각 1만1,500원(6.34%), 4,100원(2.73%) 오른 19만 3,000원, 15만 4,300원에 종가 마감됐지만 포스코케미칼의 경우 3,200원(-3.51%) 하락한 8만8,000원에 장이 종료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테슬라 배터리데이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주가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으리라 보고 있다. 미국 서부시간 기준 오는 22일 오후 1시 30분(한국시간 23일 오전 5시 30분)에 개최되는 배터리데이에서는 엘런 머스트 테슬라 CEO가 직접 자사의 배터리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테슬라가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생태계의 최상위에 있는 회사이다 보니 행사에 쏠리는 관심은 그야말로 세계적이다. 온라인으로 세계에 생중계될 예정이라 국내에서도 시청자는 적지 않을 전망이다.


테슬라가 배터리데이에서 어떤 내용을 발표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일단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할 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테슬라는 자체 배터리 생산을 위해 ‘로드 러너’ 프로젝트 등을 진행해왔지만 구체적인 방식이나 진행 상황 등에 대한 언급은 아껴왔다. 만약 성능이 좋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자체 배터리 계획을 발표한다면 테슬라를 바라보고 있던 2차전지 생산기업들의 미래 청사진이 어긋날 수 있다.


또 다른 추측으로는 테슬라가 중국 CATL과 합작해 개발한 배터리의 생산계획 등을 발표할 가능성이다. 앞서 테슬라는 CATL과 ‘100만마일(160만㎞)’ 배터리를 개발한 사실이 알려졌다. CATL이 생산하고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LG화학이나 삼성SDI가 생산하고 있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기에 CATL 제품의 대량 생산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배터리 가격이 1kWh 당 100달러 이하로 하락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양산 중인 전기차 배터리 가격은 1kWh 당 평균 150달러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발표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기업으로는 LG화학이 꼽힌다. LG화학은 국내 기업 가운데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대표 기업으로 테슬라가 ‘자체 배터리 개발 착수’ 등의 소식을 전할 때마다 주가가 흔들리는 경향을 보여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배터리 개발은 중기 계획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며 국내 기업들의 큰 타격은 없으리라는 의견도 내고 있다. 단순 자가용의 경우 전지 수명이 20만~30만㎞면 충분하기에 NCM·NCA 계열 배터리가 여전히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주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것이다. 정석원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에 배터리를 탑재할 공간은 제한적이기에 상대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낮은 LFP배터리는 주행거리 확보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며 “저렴한 가격이 장점인 LFP 기술은 주행거리가 짧은 일부 도심형 전기차 영역에서 공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100만마일 주행 배터리는 제조 기술 자체보다는 원가 및 안전성 등이 해결 과제”라며 “100만마일 주행 배터리는 중기 과제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또 테슬라의 부족한 양산 경험과 막대한 투자 비용을 고려하면 전격적인 자체 개발 가능성은 낮고 국내 배터리 업체와 협력도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이날 LG화학의 주가 하락은 테슬라의 ‘배터리데이’에 대한 영향보다 전지사업부의 물적분할 결정에 따른 후폭풍이라는 의견도 많다. 물적분할에 실망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고 있는데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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