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의 화웨이 휴대전화 매장 모습. /EPA연합뉴스
‘중국판 기업 블랙리스트’의 첫 희생자로 미국 통신장비 업체 시스코가 거론되고 있다. 실제 블랙리스트가 가동될 경우 미국의 반발을 불러 미중갈등은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상무부가 마련하고 있는 중국판 블랙리스트 ‘신뢰할 수 없는 기업·개인 명단’에 시스코가 포함됐으며 이미 보복조치가 시작됐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9일 이 블랙리스트 관련 규정을 공고했는데 관영매체들은 “1차 명단이 곧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었다.
WSJ는 블랙리스트의 첫 사례로 시스코가 꼽히는 데 대해 이 회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최대 경쟁자이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중국은 이미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맞서 ‘동등 보복’하겠다는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신문은 중국이 아직 블랙리스트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미 시스코가 오랜 기간 납품했던 중국의 국영 통신업체들과의 계약이 끊겼다고 보도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위약금을 물더라도 시스코와의 계약을 파기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는 것이다. 앞서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5월 “애플·시스코·퀄컴·보잉 같은 미국 기업을 겨냥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의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오른 기업은 중국으로부터 물건을 살 수도, 팔 수도 없게 된다. 또한 기업 임직원의 중국 입국이 제한되거나 거류 자격이 취소될 수 있다. 상무부를 비롯해 반독점기구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등은 블랙리스트 후보를 추리고 있는 상태다. 국내 경제를 담당하는 후춘화 부총리가 블랙리스트 대상을 최종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블랙리스트의 실제 공개에는 중국 정부 내에서도 일부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이 블랙리스트를 처음 시도한 것은 지난해 5월이다.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데 대해 보복을 공언하면서다.
하지만 실제 블랙리스트 규정은 1년여가 흐른 지난주 말에 처음 나왔고 명단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블랙리스트 작성 시도가 중국이 그동안 대외적으로 주장한 ‘화해’ ‘협력’ 등의 명분과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중국판 블랙리스트는 미국의 재보복을 불러 그렇지 않아도 틱톡·위챗 등으로 커지는 양국 갈등을 더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WSJ는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담당하는 류허 부총리가 블랙리스트 공개를 일단 미국 대선 이후로 미루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