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하게 진행된 독감백신 입찰...경험없는 기업에 유통 맡겨 사고

[트윈데믹 방역망 휘청-문제 일으킨 신성약품]
올 처음으로 백신조달사업 참여
담합문제로 2순위 업체에 기회
업계 "입찰 늦어져 준비 못한듯"
정부, 약사법 위반 여부 등 조사


500만명분의 독감 백신 유통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킨 신성약품은 올해 처음으로 정부와 백신 조달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막기 위해 독감 무료 접종 물량을 대폭 늘린 올해 같은 상황에서 전국 독감 백신 유통에 경험이 없는 기업이 중책을 맡으면서 ‘사고’가 난 것이다.


22일 보건당국과 백신 업계에 따르면 신성약품은 주로 종합병원에 의약품을 납품하던 업체로 올해 처음으로 국가예방접종 백신 조달 사업에 참여했다. 국가예방접종사업은 조달청이 백신 공급 공고를 내면 도매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해 낙찰한 뒤 각 제조사에 필요한 만큼의 백신을 주문, 수령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낙찰된 도매업체는 지역별 하청업체에 백신을 분배해 보건소 등 의료기관으로 배송한다.

이번 문제는 신성약품이 지역별 하청업체의 냉장차에 백신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백신은 2~8도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업체의 일부 배송기사는 백신을 분배하면서 냉장차의 문을 한참 열어뒀고, 박스를 상온에 올려놓는 등 기본적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국가예방접종 백신 조달 사업에서 전국적 배송 경험이 부족한 신성약품이 첫 계약을 따낸 것은 이른바 ‘백신 담합’으로 기존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년간 백신 조달 사업에 참여한 업체는 우인메디텍(2018년), 정동코퍼레이션(2019년) 등이지만 우인메디텍 등은 ‘국가의약품 조달사업 입찰 담합’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은 데 대해 부담을 느낀 외국계 제조사가 공급확약서를 써주지 않아 올해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다. 검찰은 국가예방접종사업 백신 조달 사업 과정을 둘러싸고 각 도매업체들이 제약사의 요청을 받아 입찰 가격을 일정 가격 이상으로 담합한 것으로 보고 기소했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초 2순위 업체 중 한 곳인 신성약품이 최종 사업자로 결정된 이유다. 독감 백신 업체의 한 관계자는 “냉장 온도 관리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한 것은 입찰이 여러 번 유찰되면서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신성약품을 대상으로 정확한 조사를 통해 약사법 위반 여부를 살필 방침이다. 약사법 47조에 따르면 의약품 공급자는 의약품 등의 안전 및 품질 관련 유통관리에 책임이 따른다. 이를 위반할 시에는 1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질 수 있다. 문은희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 과장은 “의약품 도매업체가 준수해야 할 사안 중에는 의약품이 허가된 온도를 유지하도록 보관하고 운송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서지혜·우영탁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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