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이 한산하다. /연합뉴스
전 세계 매출 1위인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이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파고를 넘지 못하고 또다시 유찰됐다.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은 한때 면세점 대표들이 직접 입찰 프레젠테이션에 나설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출국자가 급감하자 사상 처음으로 전 입찰 구역에서 유찰이 발생했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극심한 적자 속에서 해외공항 대비 임대료 부담이 큰 사업장에 베팅하기에는 장기적 불확실성이 컸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나온 입찰 대상은 지난 2월 진행된 입찰 8개 사업권 중 유찰된 6개 사업권 33개 매장이었다. 당시 DF2(향수·화장품) 구역은 참가기업이 없어 유찰됐고, DF3·4(주류·담배)는 각각 신라와 롯데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코로나19 여파로 계약을 포기했다. DF6(패션·기타)는 현대백화점(069960) 단독 입찰로 유찰됐고, DF8·9(전품목)는 낙찰 받은 중소 면세점들이 운영을 포기했다.
이에 인천공항은 이번 입찰을 앞두고 임대료 부담을 크게 낮췄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수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업체들이 장고 끝에 세계 1위 공항 면세점을 포기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장 10년을 운영하는 사업권인데 내년 이후의 임대료 조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며 “제2, 제3의 코로나가 언급될 정도로 불확실성이 커 입찰에 적극 나서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은 이번 입찰 때 기존의 ‘최소 보장금’ 제도를 유지하는 대신 공항 이용자 수가 코로나19 이전의 80% 수준으로 회복될 때까지 ‘임대료 매출 연동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다만 업계는 이 조건이 내년 말까지 적용되는 것이라 그 이후에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 경우 다시 돌아갈 고정 임대료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 면세점 대형 3사 한 달 임대료는 9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항 이용객 감소에 따라 임대료를 받지 않거나 매출에 연동하는 해외 공항처럼 파격적인 조건이 나오지 않을 경우 또다시 유찰 사태를 겪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면세점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매출은 지난 4월 1조원의 벽이 4년 만에 깨진 후 조금씩 회복하고 있지만 아직도 지난해 대비로는 반 토막 난 상태다.
특히 매출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 보따리상의 회복도 걱정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중국 정부가 자국 면세점을 적극 지원하고 있어 이들마저 뺏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영국 면세전문지 무디리포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면세점그룹 CDFG는 28억5,5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스위스 듀프리와 한국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면세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자국 면세점 육성정책으로 보따리상들이 중국 내 하이난 면세점 등으로 발길을 돌릴 수도 있다”며 “세계 1위를 넘보는 국내 면세점 업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와 공항의 추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