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1년만에 임금동결 현대차, 생존 위한 몸부림이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21일 기본급을 동결하고 경영 성과급 150%를 지급하는 내용의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25일 노조 찬반투표에서 통과되면 11년 만에 임금이 동결되는 셈이다. 현대차(005380)의 기본급 동결은 1998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 번째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누적된 공급과잉에다 코로나19 직격탄까지 맞아 위기에 처했다. 현대차 관계자 역시 “코로나19와 자동차 산업의 대전환기를 맞아 생존을 위한 합의안 마련에 주력했다”며 ‘위기’와 ‘생존’에 방점을 찍었다. 올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8,839만대)보다 18~21% 감소한 7,200만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국내 자동차 생산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9.8% 줄어든 162만7,534대다. 2009년 상반기 이후 가장 적은 생산량이다. 그나마 선방했다는 현대차 실적도 고꾸라졌다. 전년 대비 상반기 판매량은 24.4%, 매출액은 7.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9.5%나 줄었다. 문제는 상황이 당분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상반기 자동차 판매를 견인했던 개별소비세 인하와 원·달러 환율 인상 등 호재가 사라진데다 해외시장의 회복세 역시 더디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대표하는 현대차 노조가 임금 동결에 동의한 것도 산업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7월 내부 소식지를 통해 “지금의 정세는 나만 살고 보자는 집단적 이기주의로는 결코 돌파할 수 없다”며 “회사가 생존해야 조합원도, 노조도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를 지키고 노조도 존립할 수 있다는 처절한 생존 본능에서 나온 것이다. 강성 노조마저 절박하게 몸부림치는 현실을 직시하고 노사 고통분담을 확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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