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투자자문의 박세익 전무는 유튜브에서 동학개미들의 ‘개인교사’로 꼽힌다. 풍부한 경험, 정연한 논리에 기반한 그의 분석과 전망은 고비마다 투자길잡이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3월 패닉장에서는 ‘두려워 말고 주식을 사라’고 외쳤고 이어진 반등장에서는 ‘하루라도 일단 먼저 사고, 종목을 분석하라’고 독려할 정도였다. 그랬던 박 전무가 일찌감치 9월 이후 조정장을 경고해왔으며 실제 증시는 그의 예고대로 하락하고 있다. 박 전무는 “조정은 이제 시작”이라며 “미국 대선 2주 전인 10월 중순 ‘패닉셀’(공포매도)의 클라이맥스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증시는 대주주 양도세 회피 물량의 충격이 클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지금은 레버리지 포지션을 줄이거나 일부 현금을 들고 쉴 때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에는 증시가 강한 랠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 전무는 “내년 1·4분기부터 한국·중국 이후 미국 순으로 유례없는 실적 상승률을 보게 될 것”이라며 “저금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크게 오를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그동안 주식을 못 샀던 투자자들은 10월에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며 “실적이 뒷받침되는 테크 주식과 경기 민감주를 이때 매집하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현재 주가 하락의 이유는 무엇인가.

: 원래 명절을 앞두고 개인이든 기업이든 자금수요가 있어 증시에서 자금유출 되는 일은 다반사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차원이 다른 불확실성이 추석 이후에 본격화된다. 바로 미국 대선이다. 게다가 주식이 싸면 걱정할 필요 없이 연휴를 쉬고 와도 되는데 지금은 한국도 미국도 주가가 크게 올라와 있는 상태다. 이에 더해 종목당 3억원으로 낮아지는 대주주 양도세 기준도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악재다.

Q. 대주주 양도세 이슈가 그 정도의 악재인가.

: 증시에서 슈퍼 개미의 영향력은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막강하다. 심지어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이 종목당 15억, 10억이었을 때도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11월~12월 시쳇말로 ‘작살’이 났다. 그러다 보니 파는 시기가 더 빨라지고 있고 올해는 심지어 수익도 많이 났기 때문에 10월부터 매도 압력이 커질 것이다. 외국인과 기관도 매수에 소극적이어서 수급 공백이 크다.

Q. 이번 주가 조정 얼마까지 예상하는지.

: 미국 대선 2주 전인 10월 중순께 패닉의 절정의 올 것으로 예상한다. 코스피 지수가 2,250선까지 빠질 수 있다고 본다. 대형주가 버티면서 지수상으로는 조정의 폭이 그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코스피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의 관심이 적은 중형주의 경우에는 더 크게 하락할 수 있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은 영향을 더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Q.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증시 조정으로 힘들어 한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이른바 ‘주린이’들이 최근 조정장을 무서워하고 있는데, 이는 주식의 변동성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하방 경직성이 있는 부동산과는 다르다. 주가는 고점 대비 30~5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매매해야 한다. 이런 변동성을 피하기 위해선 매달 나눠서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더 큰 수익을 내려면 쌀 때 더 많이 사고 비쌀 때 쉬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주가가 급락했을 때 미래에 나눠 살 주식을 앞당겨서 살 필요가 있었다. 또 너무 올랐으면 참아야 한다. 주식매매는 매일 하는 일이 아니다. 지금은 레버리지 포지션을 없애고 현금 비중을 늘이면서 쉴 때다.

Q. 일임계좌들은 현재 현금 비중을 얼마나 들고 있는가

: 고객 성향에 따라 이미 현금을 늘려서 현재는 주식비중이 50~ 85% 선이다. 다 팔고 대기 중인 고객도 있다. 우리는 미 대선 전까지 최대한 기다렸다가 주식을 채운다는 전략이다. 패닉의 절정에 스마트머니가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Q. 미국 테크 주식들도 많이 흔들리고 있다. 어떻게 전망하는지.

: 닷컴버블이 붕괴할 때 아마존 주가가 95%까지 빠진 적이 있다. 하지만 실적이 뒷받침되면 반등한다. 현재 테크 주식의 급등을 닷컴버블과 비교하지만 당시는 스토리만 있고 실적이 없었다. 지금도 대표적인 기업이 니콜라다. 실적이 나오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앞으로 주가 차이는 엄청나게 벌어질 것이다. 현재 미국의 테크 주도주들이 고점대비 15% 가량 빠졌는데 실적이 나오는 기업들은 반등장에서 다시 상승을 주도할 것이다.


Q.연말 조정장 이후 증시는 어떻게 전망하는지.

: 내년 1·4분기와 2·4분기에는 그동안 본 적 없는 좋은 실적이 예상된다. 전년 동기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로 경제가 급하게 고꾸라졌다. 미국의 경우 내년 7~8월에 나올 2분기 실적이 사상 역대급 증가율을 나타낼 것이다. 증시는 실적 발표에 앞서 움직이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강한 랠리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 경기 회복이 더디면 더딜수록 내년에 더 큰 기저효과를 본다. 저금리도 최소 2023년까지 유지되기 때문에 자산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이다.

Q. 중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 현재로선 중국 주식이 가장 안전해 보인다. 중국 정부가 2008년 금융위기 때 700조원의 수퍼추경으로 경기를 부양했는데 이번에 푸는 돈이 2,500조원에 달한다. 지금 중국주식이 가장 매력적이고 그 다음이 미국, 한국 순이다. 내년 상반기로 보면 코로나 충격을 먼저 받은 한국·중국 그리고 미국 순으로 증시랠리가 예상된다. 특히 내년에는 달러원 환율이 1,05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본다.


Q. 무역갈등에 따른 타격이 있지 않을까.

: 미국은 중국이라는 어마어마한 시장을 열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식민지를 개척했지만 지금을 그럴 수 없는 시대니까. 미국에서는 우리의 미래가 보이고, 중국에서는 우리의 과거가 보인다. 우리가 10년 전 오뚜기, 애플을 샀어야 한다고 후회하는데, 지금 중국에 그런 기업들이 널려 있다.

Q.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때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면 어떤 업종 중심으로 가야할까

: 내년 추세적인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번 조정장은 유망주를 매집하는 기회로 삼을 만하다. 봉쇄가 풀리면 99% 여행을 가겠다고 한다. 내년에 자동차, 핸드폰, 여행 관련 등 경기 소비재에서 강한 반등이 예상된다.

카카오, 네이버는 강남 부동산과 같은 기업이다. 모두가 입점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월세를 올려받을 수 있다. 조정이 오면 팔지 말고 더 사야 되는 기업들이다.

엘런 머스크가 2022년까지 배터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답을 가르쳐줬다. 계속 증설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밸류체인 안에 있는 기업들은 여전히 유망하다.

내년 코스피 지수가 3000선까지 잘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국내 증시에는 소비재 대표격인 현대차도 있고 배터리주도 있다.

Q. 개인투자자들의 증시유입 계속 될 것으로 보는가.

: 지금도 저점에 주식을 못 사서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 개인 투자자들은 소름 끼칠 정도로 똑똑해졌다. 상담하러 오는 고객들을 보면 빽빽하게 필기한 노트를 들고 오기도 한다. 베스트 애널리스트들의 유튜브 방송을 보고 엄청나게 공부한다. 부동산으로 돈을 번 자산가들도 많이 찾아온다. 부동산을 팔았거나 부동산을 사려고 했던 돈을 10억원씩 들고 찾아오는 개인들이 많다. 이들은 주식도 부동산처럼 끌고 갈 사람들이다. 국내 증시가 총 2,000조원이라고 하는데 실제 유통 주식수는 300조원 정도 밖에 안된다. 장투하는 개인들이 들어와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