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가 회사를 떠나는 날에는 좋은 일로 떠날 때도, 나쁜 일로 떠날 때도, 항상 마음속으로 묻는다. ‘저는 당신에게 예의 바른 사람이었나요?’ 항상 마음속으로만 묻는다” (홍환, ‘준비한 마음이 모두 소진되어 오늘은 이만 쉽니다’, 2020년 김영사 펴냄)
회사동료가 퇴사할 때 마지막으로 인사하는 표정을 보면 떠나는 마음을 짐작하게 된다. 마치 졸업하는 기분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 떠나는 사람도 있고, 전학 가듯 삶의 환경이 바뀌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쉬움을 묻힌 채 떠나는 사람도 있다. 혹은 자퇴하듯이 아무 미련도 없다는 얼굴로 떠나는 사람도 있고, 퇴학당하듯이 많은 말과 사정을 감춘 채 괴로운 얼굴로 떠나는 사람도 만나게 된다. 아마도 높은 확률로 우리가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마지막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자주 퇴사하는 동료에게 건넬 인사말을 찾지 못해 쩔쩔맸다.
‘안녕히 가세요’도 이상하고 ‘안녕히 계세요’도 이상하다. 언젠가부터 멋쩍은 마음으로 ‘행복하세요’라고 인사하기 시작했지만, 그들의 삶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행복’이란 말을 입에 올리는 것도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홍환 작가의 이 책에서 적절한 인사이자 마지막 질문을 발견했다. “저는 당신에게 예의 바른 사람이었나요?”
물론 이 말을 직접 입 밖에 꺼내는 데는 계속 실패하겠지만, 퇴사하는 동료와의 어색한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서 곰곰이 생각한다. ‘준비된 마음이 모두 소진되어’ 떠나기로 결심한 저 사람에게 과연 나는 예의 바른 사람이었을지. 혹은 나는 기억조차 하지 못하지만 어떤 순간에 불쾌하고 권위적인 사람이었을지를. 어쩌면 일터는 효율과 절차를 핑계로 ‘예절과 친절’을 잃어버리기 가장 좋은 곳일지 모른다. 그리고 지금은 매일 한 공간에서 만나지만 회사동료들은 언젠가 다 헤어진다. 그날이 왔을 때 부끄럽지 않은 마음으로 물을 수 있기를. ‘저는 당신에게 예의 바른 사람이었나요?’ /문학동네 편집팀장 이연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