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의 배터리사업부 물적분할 방침에 대해 주주들의 반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운용사 중 일부는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 개인 주주들 역시 크게 반발하고 있어 다음 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분할을 반대하는 집단적인 의사표시가 표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아문디자산운용은 LG화학의 배터리의 물적분할과 관련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LG화학으로부터 신설법인의 기업공개(IPO) 등 투자유치 계획 및 주주가치 증대 가능성에 대한 주주서한을 보낼 예정이었으나 일단 발송은 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번 물적분할 결정이 주주가치 제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면밀히 검토한 뒤 의결권 행사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NH-아문디운용은 필승코리아펀드(4.8%), 차세대리더펀드(4.52%) 등을 통해 LG화학 지분의 약 0.5%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운용사들도 주주가치를 높일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른 대형 자산운용사의 본부장은 “최근 LG화학 측과의 미팅에서 신설 배터리 회사의 IPO 시기 연장, 전략적 투자자(SI)를 통한 자금 유치 등 방안 등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일단 회사 측의 입장 등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운용사들은 외부 의결권 자문기관의 보고서를 받아 본 후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배터리 부문을 보고 투자했던 기존 주주들이 기대와 달리 화학 회사에 투자한 셈이 됐다”며 “일반 주주들보다는 지주사의 이익을 우선한 분할 계획안”이라고 비판했다.
LG화학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사업부를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리, 신설법인인 LG에너지솔루션을 신설하기로 하고 이 같은 안건을 다음 달 30일 임시 주주총회에 부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물적분할 방식으로 인해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LG화학은 비상장 신설법인의 지분 100%를 갖게 되고, 이후 IPO를 통해 새로운 주주들이 들어오게 되면 기존 주주의 경우 간접적으로 배터리 사업부의 일부를 소유하게 되면서 배터리 사업 이익의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LG화학의 주가는 지난 16일 이후 15%가량 급락했다.
관심은 10.5%를 보유해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외국인 주주들의 표심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외부의 의결권 자문 등을 걸쳐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기업지배구조연구원에 의결권 자문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LG화학의 향후 주가가 기존 주주들의 표심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LG화학 물적분할 결정의 경우 최대주주인 (주)LG의 지분율이 33.34%에 달해 주총에서 회사측의 결정을 뒤집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혜진·양사록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