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올리기도 싫고 겪고 싶지도 않은 역사적 사건을 묻는 질문에 전쟁을 꼽는 이가 많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더욱 지나간 전쟁에 대해 제대로 기억해야 한다. 왜 전쟁이 발발했는지, 어떤 판단으로 전선이 확장됐는지 등을 알아야만 우리는 참혹한 전쟁의 재현을 막을 수 있다. 목숨을 걸고 조국을 지킨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도 기억해야 하지만, 무능하고 아집 센 장군의 요란한 구호 아래 이름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진 병사들도 기억해야 한다.
외교사, 정치사, 전쟁사의 거장으로 꼽히는 A.J.P. 테일러는 생전 20세기 온 세상을 공멸의 공포로 밀어 넣었던 두 차례 세계대전을 지도와 사진 자료까지 곁들여 책으로 정리했다. 후대에 남긴 역작이다.
저서는 ‘유럽의 종말과 새로운 세계의 탄생 : 1차 세계대전’과 ‘학살과 파괴, 새로운 질서 : 2차 세계대전’ 두 권으로 나뉘어 있다. 책에 실린 400장이 넘는 기록 사진과 40장의 지도, 20점의 그림 등은 모두 가치 있다. 전쟁 당시 지도자, 정치인, 외교관 등 인물들의 행동을 면밀하게 들여다본 저자의 분석도 탁월하다. 1권 2만5,000원, 2권 2만7,000원.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