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브로커가 소송 부추기면 경영활동 심각한 타격 불가피"

법원서 무죄가 나오더라도
무너진 신인도 회복 불가능
소송부담에 기업 혁신 위축
제품값 인상으로 이어질수도

“금전적 이익을 노린 브로커가 소송을 부추기면 경영활동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전자업계 임원)

“법원에서 무죄가 나와도 한 번 무너진 기업 이미지와 경영손실은 회복이 불가능하다.”(화학기업 임원)

기업 관계자들은 집단소송제, 다중대표소송제, 전속고발권 폐지로 기업들의 소송 리스크가 확대되면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없고 소송대책을 세우느라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몰아붙이는 이들 법안이 기업의 경영활동에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국가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24일 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집단소송제의 문턱을 대폭 낮추고 적용 대상도 모든 분야로 확대하면서 기업들은 막대한 소송비용을 떠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집단소송이 손해배상이나 합의를 할 능력이 있는 우량 대기업에 몰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금전적 이익을 노리는 브로커나 일부 로펌이 소비자들을 선동해 집단소송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다중대표소송제 역시 경영권을 위협하는 헤지펀드 등 투기자본에 악용될 우려가 크다. 투기세력이 모회사 지분 0.01%를 확보한 뒤 이를 지렛대 삼아 자회사에 대한 소송을 위협하며 기업을 공격할 수 있어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과도한 소송부담이 기업들의 혁신을 위축시키고 제품 및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집단소송제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으로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이 남발될 것이 분명하다”며 “결국 기업 소송이 많아지면 소송비용이 제품 가격에 전가되고 그 피해는 소비자가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모든 분야에 집단소송이 도입되면 기업들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내놓기가 어려워 질 것”이라며 “기업 경영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안을 추진하려면 최소한 공청회라도 열어야 하는데 일방통행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는 경쟁 업체는 물론 반기업적 성향이 강한 시민단체의 기업 공격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병태 KAIST 경영학과 교수는 “전속고발권 폐지로 행정권력에 종속된 검찰이 고발권을 갖는 순간 시민단체에 의한 기업 고발이 엄청나게 많아지고 기업은 이들의 협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 입장에서는 유무죄 여부에 상관없이 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기업 신뢰도와 영업활동이 타격을 받는 점도 부담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악의적인 소송에 휘말렸다가 수년 후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더라도 이미 소비자들의 기억에서 잊혀 진 뒤라 한 번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원상회복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용·김능현·박한신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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