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왕자 사건’ 다음날 사과한 北, 공무원 피살엔 침묵했다

오전 9시까지 北 주요매체 입장 안내
청와대 ‘강력 규탄’에도 묵묵부답
2008년 박왕자씨 사건 땐 ‘우발적’ 강조
공무원 피살 사건은 보고계통 밟아 달라



연평도 실종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연합뉴스

북한이 서해 상에서 남측 공무원을 사살한 뒤 시신을 불태운 사건에 대해 25일 오전 9시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조선중앙방송, 대외선전매체 등 북한 매체에서는 이날 남측 공무원 사살 사건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전날 청와대를 비롯해 통일부 등 당국이 북한을 강력히 규탄하며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지만 무시한 모양새다.

노동신문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방역 장벽’을 강조하는 기사만 실렸다.


신문은 ‘방역 부문 일군들이 무거운 책임을 다하자’ 제목의 기사에서 “방역 부문이야말로 인민보위, 조국보위의 전초선”이라며 “일군(간부)들이 최대로 각성 분발하여 우리의 방역장벽을 더욱 철통같이 다져나가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 같은 대응은 2008년 7월 금강산에서 발생한 ‘박왕자 피격 사건’ 당시와는 정반대 모습이다.

북한은 박왕자씨 피격 사건 발생 다음날인 7월 12일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명의로 담화를 내고 “남조선 관광객이 우리 군인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강산지역 군부대 대변인 역시 다음 달인 8월 3일 특별 담화를 통해 “전투근무 중에 있던 우리 군인은 날이 채 밝지 않은 이른 새벽의 시계상 제한으로 침입대상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식별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박왕자씨 사건과 공무원 피격 사건이 결이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왕자씨 사건 당시에는 북한 신참 초병의 ‘근무경계수칙’에 따른 우발적 총격 사건이었기 때문에 북한 당국도 거듭 “사고”라고 주장하며 신속히 수습하려는 속내를 드러냈다. 반면 이번에는 실종 공무원 식별 후 수 시간 뒤에 해군 계통의 상부 지시를 받아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웠다는 것이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무장도 하지 않은 우리 국민에 대한 만행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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