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 맞서자"...신약개발서 판매까지 원스톱 체제로[셀트리온 3사 내년 합병]

경쟁력 있는 제품 라인업 구성 등
글로벌 생명공학기업으로 발돋움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도 벗어나
시총규모 삼바 제치고 '넘버3'로
강력한 주가 모멘텀 작용 기대도


셀트리온(068270)과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셀트리온제약(068760)이 궁극적으로 합병을 완료하게 되면 현재 주가 수준으로 시가총액 52조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바이오·제약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셀트리온이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게 되더라도 당장 기업 가치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합병을 통해 탄생하는 대형 제약사로서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지배구조 재편을 통해 그동안 끊임없이 문제 제기됐던 일감 몰아주기 등의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제약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향후 3사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단순화를 통한 투명성 및 생산성 제고, 그리고 규모의 경제 달성으로 글로벌 빅파마와의 경쟁력 확보라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셀트리온 3사 합병과 관련해서 시장에서는 셀트리온이 셀트리온제약을 흡수합병하고 이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합병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고 봤다. 하지만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라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주사를 먼저 만들고 향후 지주회사 간 합병, 이후 사업회사 합병이라는 새로운 합병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최대주주인 서 회장이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을 현물출자해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설립하고 이후 셀트리온홀딩스와 헬스케어홀딩스를 합병해 내년 말까지 셀트리온그룹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할 계획이다. 이후 하나의 지주회사 아래 사업회사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셀트리온헬스케어를 최종 합병해 글로벌 빅파마와 경쟁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춘 제약사로 발돋움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서 회장→셀트리온홀딩스→셀트리온’과 ‘서 회장→셀트리온헬스케어’로 나뉜 셀트리온그룹의 지배구조는 내년 말까지 ‘서 회장→합병 지주회사→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로 바뀐 뒤 최종적으로 ‘서 회장→지주회사→셀트리온 사업회사’ 체제라는 단순한 구조로 변하게 된다.


헬스케어홀딩스 설립을 중간 단계로 두고 3사 합병을 추진함으로써 셀트리온과 서 회장은 다양한 이점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우선 기존의 셀트리온을 중심으로 셀트리온제약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합병하는 방안은 서 회장이 셀트리온 주식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지만 헬스케어홀딩스를 중간단계로 둠으로써 이 같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합병 과정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을 처분해야 해 서 회장에게 부과되는 세금 부담을 덜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서 회장이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세우면서 자신의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현물출자할 경우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전망대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단순 합병이라면 서 회장이 셀트리온 주식을 손쉽게 확보하게 돼 대주주에게 유리한 합병이라는 얘기도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늘 문제로 지적돼왔던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 거래 이슈도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 측도 이날 합병 계획을 발표하면서 “3사 합병을 통해 단일 회사에서 개발과 생산 및 유통·판매까지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거래구조 개선을 통한 비용 절감 및 사업의 투명성이 제고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합병이 완료되면 셀트리온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뛰어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제약회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셀트리온(34조8,959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13조3,093억원), 셀트리온제약(3조6,992억원)의 시가총액을 단순 합하면 51조9,000억원이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44조6,614억원)를 뛰어넘으며 SK하이닉스(60조3,514억원)에 이어 유가증권시장 시총 3위에 해당한다.

당장 기업가치가 상향되지는 않겠지만 합병 기대감에 따라 당분간 셀트리온 3사의 주가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대감에 오른 주가가 기업 가치 제고로 이어진다면 강력한 주가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도 사업 이전 등 구체적인 합병 내용이 공개돼야 비로소 평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신재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단 합병이 아직 멀었고 주가 전망을 위해서는 합병 이후 해당 회사들의 가치가 어떻게 변할지 봐야 한다”며 “셀트리온의 경우 모두 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회사로 궁극적으로 합병이슈가 생긴다고 가치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지하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이전부터 추진하려던 합병으로 본업 자체가 바뀐다거나 사업구조가 바뀐다거나 하는 부분은 아직 미정”이라며 “현재로썬 기업 가치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사업부 이전 등이 발표되지 않아서 이사회 결의 등 향후 내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성호·신한나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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