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사진=서울경제DB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이달 신용대출이 3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추석 연휴 이후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과 한도 축소 등 신용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24일 현재 신용대출 잔액은 126조8,863억원으로 집계됐다.
8월 말(124조3,335억원)에 비해 2조6,116억원 늘어난 규모다.
일별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주 17일과 18일 이틀 연속 각각 2,436억원, 3,973억원 줄면서 급증세가 진정되는 듯 했지만 반짝 감소로 끝났다. 이번 주 들어 ▲ 21일 3,410억원 ▲ 22일 2,537억원 ▲ 3,817억원 ▲ 2,173억원 등 하루 2,000억∼3,000억원 이상 불어났다.
이 추세대로라면 남은 2영업일까지 더해 9월 신용대출 증가액은 3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월간 최대 기록이었던 8월의 4조755억원보다는 적지만, 역대 2위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달 중순 금융당국과의 대책 회의 이후 은행권도 영업지점의 고액 신용대출을 자제하는 등 나름대로 관리에 나섰지만, 추석 연휴를 앞둔 자금 수요와 다음 달 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주 청약 등을 앞두고 대출 수요가 여전히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추석 연휴 이후 은행권은 본격적으로 신용대출 적정 수준 관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5대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 은행들은 지난 25일 금융감독원에 신용대출 잔액 현황과 증가율 관리 목표 등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꿔말하면, “연말까지 신용대출을 현재 수준의 최대 몇 퍼센트 이상으로 늘리지 않겠다”는 계획서를 당국에 낸 셈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체로 은행들은 우대금리 축소를 통해 신용대출 금리를 올리고, 200∼270%에 이르던 특수직(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포함)의 소득 대비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할 방침이다.
신용대출 총량을 관리하면서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의 생활자금 용도의 신용대출을 막지 않으려면, 결국 고소득·신용자들이 주로 받는 우대금리(금리 인하 혜택)와 수억원에 이르는 한도를 줄이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카카오뱅크는 25일 자로 직장인 신용대출의 최저금리를 기존 연 2.01%에서 연 2.16%로 0.15%포인트 인상했고, KB국민은행도 29일 자로 우대금리를 줄여 전체 신용대출 상품 금리를 0.1∼0.15%포인트 올릴 예정이다.
우리은행도 추석 연휴 직후인 다음 달 6일부터 주력 신용대출 상품인 ‘우리 주거래 직장인대출’의 최대 우대금리 폭을 연 0.4%포인트나 깎아 결과적으로 대출 금리를 인상한다고 예고했다.
KB국민은행은 금리뿐 아니라 신용대출 한도도 조정한다. 전문직 대상 신용대출이 현행 최대 4억원에서 2억원으로, KB직장인든든신용대출이 최대 3억원에서 2억원으로 줄어든다. 비대면 KB스타신용대출 최대 한도 역시 3억원에서 절반인 1억5,000만원으로 축소된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 나머지 은행들도 현재 몇 가지 금리 인상·한도 축소안을 마련하고, 시행 시점과 구체적 조정 폭 등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금리 인상을 공식 발표하지 않은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 관리 목표까지 제출한 만큼, 어떤 은행이라도 실제 액션(금리인상·한도축소)을 취하지 않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리 인상은 거의 확정됐고, 다만 한도 축소도 함께 실행할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조정 시점은 추석 연휴 직후가 유력하다”고 전했다.
은행권은 이런 자율 규제 방식의 신용대출 관리 노력에도 만약 급증세가 이어진다면, 금융당국이 별도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