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흡연 땐 근육량 감소 위험 더 커진다

근육량 적으면 당뇨병·퇴행성 관절염 위험↑
노인 남성은 사망·요양병원 입원 위험 5.2배
너무 안걸으면 무릎관절 마모 오히려 빨라져

무릎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도, 너무 쓰지 않는 것도 무릎 건강에 좋지 않다. 무릎 사용이 줄어들면 관절을 받쳐주는 주변 근육이 약해지고 윤활액 분비가 줄어 관절 마모를 촉진한다.

무릎 퇴행성관절염 예방·관리를 위해서는 허벅지 앞쪽 대퇴사두근을 키우는 것이 좋다. 김형건 인천힘찬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대퇴사두근을 키우면 슬개골과 허벅지뼈 사이의 간격이 넓어져 무릎을 구부리고 펼 때 무릎 앞쪽에 나타나는 통증이 완화되고, 무릎으로 가는 하중이 분산돼 연골 손상 및 관절염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체중으로 인해 무릎이 받는 압력이 쌓이면 연골이 서서히 손상돼 관절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평소 체중관리를 해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너무 안 걸으면 무릎관절을 받쳐주는 주변 근육이 약해지고 윤활액 분비가 줄어 관절 마모가 촉진된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일반적으로 인체 근육량은 30~50대 연령층에서는 10년마다 15%씩, 60대부터는 30%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팔다리 근육은 탄수화물에서 소화된 포도당을 저장해놓고 필요할 때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근육량이 줄어들면 포도당 저장 공간이 부족해져 혈당 상승→당뇨병 발병·악화로 이어진다. 근육이 지나치게 감소한 노인은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일어나기 힘들어하며 자주 어지러워 눕게 된다. 질병에 걸렸을 때 쉽게 낫지 않고 관절통 악화, 골밀도 감소, 자주 넘어져 골절·뇌출혈 위험도 커진다. 지팡이·휠체어를 빨리 쓰게 하는 원인이 되며 결국 요양시설 입원과 사망 증가를 초래한다.

◇5~6년 새 근육량 감소 20~60대男, 당뇨병 위험 2.2~2.6배

김홍규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교수팀이 2007∼2014년 건강증진센터에서 검진을 받은 20∼60대 1만7,280명(평균 47세)을 평균 5.5년간 추적관찰했더니 5~6년 새 근육량이 줄어든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당뇨병 발병 위험이 2.2~2.6배 높았다. 김 교수는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도 근육량이 줄어들면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며 “청장년기 때부터 유산소운동과 함께 팔다리 근육량을 키울 수 있는 스쿼트·런지·가벼운 아령 들기와 복근 강화 운동을 평소 꾸준히 하면 당뇨병 발병 위험을 낮추고, 노년기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최창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2010~2017년 3차 의료기관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만 40세 이상 여성 881명을 평균 6년 동안 추적관찰했더니 40대의 20%, 50대의 30%, 60세 이상의 44%가 근육량이 3% 넘게 줄어든 ‘가속화된 감소군’에 속했다. 현재흡연 당뇨병 여성은 당뇨병이 없는 평생 비흡연·과거흡연 여성에 비해 근육량 감소 가속화 위험이 각각 3.5배, 2.9배 높았다.


최 교수는 “흡연은 근육의 생합성을 억제하고 분해 과정을 촉진한다”며 “빨리 담배를 끊어야 근육이 일부 회복되고 근감소 속도가 느려져 노년기를 보다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뇨병에 동반되는 만성 염증이나 인슐린 저항성은 근육감소 위험을 증가시키고 근육량이 적으면 당뇨병 위험이 증가한다”며 “당뇨병과 근육량 감소는 서로 악영향을 미치는 양방향성 위험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근육량 하위 20% 노인은 다른 노인들에 비해 사망하거나 요양병원에 입원할 위험이 남자는 5.2배, 여자는 2.2배나 된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KAIST 공동연구팀이 강원 평창군 보건의료원과 함께 65세 이상 노인 1,343명(평균 76세)의 건강상태를 2년 10개월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다. 이 교수는 “노인에서의 근육 감소는 건강악화와 사망의 직접적 신호일 수 있으므로 평소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병행해 과도한 근육감소(근감소증)를 예방하고 근감소증이 의심되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벅지 근력 운동, 무릎 관절염·치매 예방 ‘일석이조’

노년층에서 근육량 감소는 인지기능에도 영향을 미쳐 치매 발병 위험도를 높인다. 중앙치매센터에서 따르면 2018년 65세 이상 치매환자는 75만명을 넘어섰다. 하루의 대부분을 앉거나 누워서 보내는 중증 치매 환자는 활동량과 근력이 크게 떨어져 거동이 힘들어지고 쉽게 넘어진다. 65세 이상 노인의 70~80%가 무릎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는 만큼 치매 노인은 퇴행성관절염까지 이중고에 시달릴 확률이 크다.

평소 허벅지 근육운동에 신경을 쓰면 무릎관절 건강을 유지하고 치매에 걸리더라도 걷기 등 신체 기능을 보존해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 노년층의 사망률을 높이는 낙상사고 예방 효과도 있다.

가장 손쉬운 허벅지 근육운동은 걷기. 시간·장소 제한을 받지 않고 유산소·근력운동 효과를 모두 얻을 수 있다. 하루 30분 이상, 1주일에 3~4회 이상 꾸준히 하는 게 좋다. 처음부터 오래 걷는 것보다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시간을 늘려간다.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하면 허벅지 근육이 강화돼 무릎을 보호하는 힘이 커지고, 치매를 예방하거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바닥에 누워 무릎을 펴고 허벅지에 힘을 준 상태에서 발끝을 몸쪽으로 당긴다는 느낌으로 한쪽 다리를 45도 정도 들어올렸다가 3초간 버틴 후 천천히 내리는 동작을 한 번에 10번씩, 하루 3회 시행하면 대퇴사두근 강화에 도움이 된다. 실내 자전거 타기도 무릎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허벅지 근육을 키울 수 있다. 기초 근력을 키웠다면 대표적 하체 운동인 스쿼트를 해보자. 균형을 잡기 어렵다면 벽에 등을 기대거나, 뒤로 넘어져도 다치지 않게 소파 등 앞에서 하는 게 안전하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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