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만 국내 공모펀드에서 18조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깃데이트펀드(TDF)에는 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펀드 시황과는 무관하게 노후 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와 인포맥스에 따르면 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KB·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5개 자산운용사의 공모형 TDF 설정액은 25일 기준 3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7,600억원(29%) 늘어난 액수다.

TDF는 펀드매니저가 가입자의 목표 은퇴 시기에 맞춰 주식 등 위험자산과 채권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조정해주는 펀드를 말한다. 은퇴 시점까지 남은 시간을 고려해 위험·안전자산 간 비중을 재배분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가령 20~30대엔 위험자산의 비중을 80~90%까지 늘리다가 은퇴 시점에 다가가면 20~40% 수준으로 점차 낮추는 방식이다. 금융 지식이 부족한 투자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어 미국처럼 민간 연금 시장이 발달한 나라에선 TDF가 주요 퇴직연금 투자 방식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선 2016년 이후 상품 출시와 경쟁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국내 공모펀드 시장이 위축되고 있음에도 TDF로의 순유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공모펀드 중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올 초부터 이달 24일까지 18조1,000억원 빠져나갔다. TDF와 유형이 비슷한 혼합주식형·혼합채권형 펀드 설정액도 각각 6,400억원, 4,100억원씩 감소했다. 개인투자자의 직접 투자 성향이 강해지고 각종 펀드 관련 사고가 발생하면서 공모펀드 시장이 위축된 영향이다.

연금계좌를 통한 적립식 투자가 늘어난 것이 TDF 설정액 증가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후 자산 마련을 위해 TDF에 돈을 넣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15년 이후 주식시장 상황과는 무관하게 TDF로의 자금 유입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TDF만의 독특한 특징이 꾸준한 투자 수요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