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김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와 예후에 한국 김치가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이 퍼진 가운데 최근 이에 대한 상관관계를 의학적으로 검증한 논문까지 나오면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2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건강·발효식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지난 1~8월 식품 수출품목 중 김치 수출액은 9,790만달러로 전년 대비 40.3% 증가해 수출 식품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라면(36.7%), 소스류(23.5%), 쌀가공식품(21.7%)보다 높은 신장률이다. 지역별로는 미국과 호주 수출액이 전년 대비 각각 69.1%, 76.4% 급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김치가 재조명된 데는 김치와 코로나19의 상관관계를 밝힌 논문이 일조했다. 프랑스 몽펠리에대 연구팀은 올 7월 코로나19 사망자와 국가별 식습관 차이를 분석한 논문에서 “코로나19 치명률이 매우 낮은 한국과 독일의 경우 발효시킨 배추(김치)나 양배추(사워크라우트)를 많이 먹는 공통점이 있다”며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 세포막에 존재하는 ACE2(앤지오텐신 전환 효소)와 결합해 몸속으로 침투하는데 김치나 사워크라우트는 이 결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팀을 이끈 장 부스케 교수는 세계만성호흡기질환퇴치연맹(GARD) 회장을 지낸 호흡기·알레르기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국내에서도 한국식품연구원 부설 세계김치연구소는 코로나19에 대한 김치의 항(抗)바이러스 효능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연구에 들어갔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건강과 면역력에 대한 관심으로 대표적인 발효식품인 김치가 주목받고 있다”며 “김치 효능이 속설로만 머물러 있다 해외 유수 연구소에서 과학적 논거가 나오면서 김치 수출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아마존 마켓에서는 ‘김치 시즈닝’이 일본 전통 칠리소스인 ‘시치미’를 꺾는 기록을 세웠다. 시치미는 고추·후추·산초·겨자 등이 들어간 일본의 대표적인 양념이다. 아마존의 글로벌 칠리소스 부문에서 최근 김치 시즈닝은 이달 일본 시치미를 누르고 전체 카테고리 300여개 중에서 2위에 올라섰다. 김치 시즈닝은 국내 스타트업 ‘푸드컬쳐랩’이 김치에 들어가는 17가지 재료를 파우더(가루) 형태로 배합해 숙성된 김치와 같은 향과 맛을 재현한 파우더 양념이다. 안태양 푸드컬쳐랩 대표는 “김치의 17개 재료를 그대로 재현한 김치 시즈닝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피자와 스테이크·치킨에 곁들이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며 “미국 시장에서 김치에 대한 인기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종가집 수출용 김치(왼쪽)·푸드컬쳐랩의 ‘김치시즈닝’.
글로벌 시장에서 김치 러브콜이 이어지자 국내 식품회사들도 김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종가집김치로 우리나라 김치 수출량의 40%를 차지하는 대상은 김치 현지화를 위해 업계 최초로 미국에 김치 생산공장을 짓기로 결정하는 등 해외 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종갓집은 올 들어 8월까지 김치 수출이 41% 증가했다. 풀무원은 지난해 6월 국내 김치 제조사 중 처음으로 미국 월마트 전 매장에 입점하고 현지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월마트는 해외 식품사에 문턱이 높기로 유명하다. 풀무원은 2년간 월마트의 까다로운 심사 끝에 김치를 입점하는 데 성공한 것. CJ제일제당의 비비고김치도 올해 8월까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수출이 30% 증가했다. 특히 미국 수출은 70% 성장해 미국 시장에서 김치의 인기를 방증했다. 식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치는 특유의 냄새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면역에 탁월한 발효식품이라는 게 증명되면서 김치 세계화는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