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공모에 흥행하면서 바이오 벤처 등 중소기업들도 상장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빅히트 청약 이후 올해 누적 청약증거금이 200조원에 이를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자금이 풍부할 때 공모를 마치겠다는 움직임이다. 이달에만 19개사가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는데 전년의 두 배 수준이다. 다만 워낙 상장 추진 기업들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추석 전 심사청구에도 연내 상장은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놈앤컴퍼니 등 19개 회사가 이달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수요예측, 청약 등 본격적인 공모에 앞서 회사가 상장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확인하는 단계다. 지난해 9월 상장 심사 청구건수 10건(스팩·재상장 제외)은 물론 상장 시장이 활기를 띄던 2018년의 11개사보다도 많다.
이달 상장 심사 기업들이 몰린 것은 최근 IPO 공모 시장에 자금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올해 누적 기준 일반 청약증거금은 총 150조원에 이르는데 전년 온기의 99조4,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다음달 빅히트 일반 청약 이후에는 누적 증거금이 2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높다. 상장 시장에 자금이 풍부할 수록 수요예측과 청약에서 흥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상장 추진 기업들의 몸 값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한 바이오 기업 대표는 “연말까지는 공모주 시장에 자금이 몰릴 것으로 보고 주관사에 상장 추진을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며 “내년 이후 시장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하루라도 빨리 IPO를 마무리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전했다.
빅히트 일반 청약이 마무리되는 10월 이후 연말까지 IPO 시장이 더욱 활기를 띌 것이란 기대도 있다. 카카오게임즈 수요예측 직후 일정을 진행한 핌스·비비씨·압타머사이언스·비나텍·원방테크 등은 희망범위 상단 혹은 그 이상에서 공모가를 정했을 뿐 더러 일반 청약에서도 선전했다. 한 IPO 관계자는 “빅히트 기관 대상 수요예측이 예상보다도 흥행했다”라며 “빅히트에 몰렸던 자금이 다른 공모주에 흘러가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기업들도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상장 추진 기업들이 몰리면서 개별 기업들의 IPO 일정이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크다. 현재 40여개 기업이 거래소 심사를 진행 중인데 예년에 비해 최대 2배 이상 많은 기업이 몰렸다는 전언이다. 예년에는 9월 추석 전 상장심사를 청구하면 연내 상장이 가능했지만 올해는 쉽지 않다. 특례 상장 기업들의 마음은 더 급하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특례 기업을 중심으로 깐깐하게 투자유의사항 추가 공시 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거래소의 상장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금감원의 요건을 충족할 때 까지 공모에 돌입할 수 없다.
/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