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구조조정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KDB산업은행
국내 대기업의 구조조정부터 한국판 뉴딜까지 ‘최전방 소방수’로 총대를 멘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또다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노동조합을 작심 비판했다. 기업의 생존이 달린 구조조정 상황에서 채권단과의 합의를 어기고 파업을 통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노조의 행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불필요한 노사갈등의 개선을 촉구하면서 한국GM 노조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 회장은 28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어려움에 처한 기업의 구조조정 못지않게 낡은 관습, 사회 인프라가 많이 개선돼야 한다”며 “불필요한 노사갈등, 안정된 노사관계가 전제돼야 구조조정이 안정적으로 갈 텐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연임 후 첫 공식 행사에서 낡은 노사 관행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 회장은 기업이 어려울 때 채권단과 회사·노조가 모두 고통을 분담하는 내용의 정상화 약속을 해놓고 노조가 이를 지키지 않는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GM을 손꼽았다. 한국GM은 이 회장이 구조조정을 원만하게 매듭지은 곳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지난 2018년 산은이 한국GM에 자금을 지원할 당시 노조는 임금 인상 및 성과급은 회사의 수익성 회복에 따라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최근 노조가 임금 인상 및 성과급 지급 등을 내세워 파업을 준비하면서 노사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급기야 미국 본사에서도 부평공장의 운영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노사 간 신뢰, 회사 채권단 신뢰가 저하되면 구조조정 작업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회사를 살리고 그다음에 임금복지를 합리적 범위 내에서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년 단위로 진행되는 임금단체협약과 호봉제에 대해서도 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매년 교섭이 이뤄지면 회사는 중장기 경영계획 수립이 불가능하고 매년 교섭에 드는 비용을 치러야 하는 등 비효율이 발생한다”며 “경제성장, 사회 안정을 감안해 미국처럼 임단협 주기를 다년으로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연공서열에 따라 거액 연봉을 받는 직원이 구조조정을 반대하고 젊은 직원이 구조조정을 지지하는 데 따른 세대갈등이 기업의 정상화를 어렵게 만든다고도 지적했다.
이 회장의 노조에 대한 ‘쓴소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도 이 회장은 “호봉제를 유지하면서 정년 연장을 요구한다면 대한민국은 10년 뒤 다 망할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아시아나항공·쌍용자동차 등 주요 기업조차 위태로운 상황에서 노조가 바뀌지 않는 한 위기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이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불발 이후 아시아나항공을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자회사까지 포함해 통매각할지, 분리매각할지도 관건이다. 산은은 통매각하는 방안과 분리매각하는 방안 모두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저비용항공사(LCC) 지원과 관련해서는 제주항공만 조건이 충족돼 신청 시 지원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제주항공의 인수가 불발된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라 기안기금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홀딩스’가 쌍용차 경영권 인수를 목표로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와 협상하는 것에 대해 이 회장은 “구조조정 원칙에 의해 대주주의 책임 있는 행동이 있어야 하고 이해당사자의 고통 분담도 있어야 하지만 본질적인 것은 사업 지속 가능성”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이 회장은 최근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한 ‘집권 20년’ 건배사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했다. 그는 “사려 깊지 못한 발언에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정치적 중립과 관련해 특별한 법률조항은 없지만 저는 누구보다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면서 정책금융을 실행했고 앞으로도 공정한 원칙에 입각해 정책금융을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영·이지윤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