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이중 이해충돌' KDB 손잡은 현대重...우려 커지는 인프라코어 인수전

산은 DICC 소송 원고인데 KDB인베는 피고 될수도
채권단 비싸게 팔야야는데 FI는 싸게 사야해
"심판이 경기에 출전할 꼴... 현대重 유리한 판 만들 수 있어"


두산중공업(034020)에 합병된다. 이 과정에서 DICC 관련 소송 관련 우발채무는 인프라코어 사업회사와 두산중공업이 연대 보증하게 되고, 인프라코어를 인수하는 곳이 자연스레 이 채무를 승계하는 구조다. 결국 대법원 상고심에서 산은의 대리인인 외부투자자와 KDB인베스트먼트가 다투는 일이 벌어진다.

이해충돌 지점은 또 있다. 산은은 두산그룹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채권단이다. 두산그룹 구조조정의 핵심은 국가 기간산업을 책임지는 두산중공업의 자본확충이다. 두산그룹이 그룹의 주축인 인프라코어를 급매물로 내놓은 것도 이 때문. 산은도 인프라코어를 최대한 비싸게 팔아야 채권을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두산중공업의 자본력을 더 탄탄히 할 수 있다. 반면 인수 측에 선 KDB인베스트먼트는 최대한 싼값에 인프라코어를 사들여야 투자차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재무적 투자자(FI)다. 역시 모회사인 산은과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산은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2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두산과 구조조정 할 때 우리가 목표를 정해주고 어떤 기업 팔지는 자율성을 부여했다”며 “원매자로 산은이 들어간 게 아니고 KDB인베스트먼트라는 구조조정 전문 회사가 하는 거라 독립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심판이 경기에 출전한 꼴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당초 DICC 소송 우발부채를 인수자에게 떠넘기려 했던 두산이 급작스레 이를 떠안기로 선회한 것을 두고 산은의 입김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는 상황.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율성을 줬다곤 하지만 사실상 두산그룹 구조조정을 쥐고 흔드는 것은 채권단인 산은”이라며 “결국 산은이 현대중공업과 KDB인베스트먼트에만 유리한 판을 만들 수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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