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과 협의 마친 비건 "韓美만으로 대화재개 불가"

"北 준비됐을때 논의 계속 열려"
남북대화 추진 반대 의사 표명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협의를 한 뒤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28일(현지시간) 북한과의 대화와 관련해 “미국·한국만 할 수 없으며 북한의 관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건 부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방미 중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이번 피격 사건을 계기로 남북대화 재개를 추진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원론적 입장을 드러내면서도 북한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이 본부장과 협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훌륭한 만남을 가졌고 한반도 및 한미 관계와 관련한 여러 이슈를 논의했다”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서해에서 있었던 어업관리 공무원의 비극적 피살을 논의했으며 한반도에서 외교를 계속할 건설적 방안들도 논의했다”면서 “한미는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가져오고 비핵화를 달성해 모든 한국인에게 밝은 미래를 가져다주기 위해 외교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미국의 대북정책 목표를 재차 강조했다.

비건 부장관은 그러나 “(북한과의 대화는) 미국과 한국, 우리끼리만 할 수 없다. 우리는 북한의 관여가 필요하고 그들이 준비됐을 때 그들과의 논의에 계속 열려 있다”고 선을 그었다. 비건 부장관이 특히 “오늘 우리가 논의한 창의적 아이디어들에 아주 감사드린다”고 말해 이번 회동에서 남북 간 종전선언과 관련한 대화를 나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비건 부장관은 이에 대해 더 이상의 언급을 하지 않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종전선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본부장도 이 자리에서 “지금 주어진 상황 속에서 이 상황을 어떻게 관리하고 또 대화를 어떻게 재개할 것인지, 그 대화 속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양국의 공동과제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방법을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지금 상황이 그러하듯이 한국과 미국이 공조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앞으로도 미국 측과 다양한 수단을 통해 협의를 계속해나가겠다”고 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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