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배달 오토바이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가 대세가 됐습니다. 비대면 서비스의 중심이자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택배와 배달입니다. 택배와 배달은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사업자에는 ‘필수 서비스’가 됐습니다.
택배와 배달 수요가 많아지면서 이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처음에는 이슈가 됐습니다. 그런데 수요가 점점 많아지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라이더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것 역시 이슈가 됐습니다. 논란이 되자 쿠팡, 배달의 민족 등 라이더들은 “극소수만이 그렇게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고액 연봉자라는 시선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택배비, 배달비 등은 매우 민감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배달과 택배의 경우는 판매자가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인식이 강한 탓에, ‘무배(무료 배송)’이 아니면 상품 구입을 주저하고, 배달료를 아까워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동안은 이 서비스가 모두 무료였기에 저항감이 센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과연 배달·택배비가 저항할 만큼 비싼 것일까요?
우선 배달비가 올라서 치킨, 피자 시켜 먹기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없던 비용이 추가되거나 비용이 상승했을 때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역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생각한다면 터무니 없이 비싸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게다가 라이더의 경우는 수요에 맞춰 공급이 늘어나는 게 아닙니다. 배달 수요가 많아지면서 라이더의 수도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수요를 따라갈 정도는 아니라는 게 업계의 전언입니다.
또 택배비와 비교를 해도 과연 배달비가 너무 비싼 것일까요?
택배의 경우 가장 빠르다고 알려진 곳은 우체국 택배입니다. 거의 하루 만에 배송이 이뤄집니다. 그리고 편의점 택배 등의 경우는 3-4일, 길게는 5일까지 걸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비용은 1500원(반값 택배)부터 4,000원 이상입니다. 거리에 따라 무게에 따라 가격은 다릅니다. 배달은 길어야 한 두 시간 이내면 받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택배가 비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배달과 택배 서비스의 아이템은 다르니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택배도 배달비도 그렇게 저항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음식을 방문해서 가져오는 데 걸리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데 치르는 비용 3,000~4,000원은 과연 그렇게 비싼 것일까 라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배달이 오는 시간 동안 다른 일을 하면서 시간을 사는 것입니다. 1시간과 3,000~4,000원 과연 어떤 것이 비싼 것일까요?
기자 역시 택배비와 배달비에 대한 저항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시대가 변한 만큼 배달과 배송이라는 서비스에 대해서도 다른 인식을 부여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저임금이 당연히 되던 시대, 노동력의 가치가 저평가 됐던 시대를 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시대에는 다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서비스’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배달, 택배 드론이 할 수 있고, 딜리버리 로봇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보조 수단일 겁니다.
코로나로 인해 배달, 배송이라는 업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수요가 많아지면 당연히 가격이 오른다는 단순한 법칙에 유독 배달, 택배비에 강하게 저항하고 예민한지는 아마도 우리가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 작용한 게 아닐까요.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