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째 이어지는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교전…전사자 100명 넘어

터키, 아제르바이잔 군사지원 입장 밝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군대가 아르메니아군의 탱크를 공격하고 있다./AP연합뉴스

남캅카스의 분쟁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30일(현지시간) 앙숙 관계인 옛 소련 국가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나흘째 교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터키가 아제르바이잔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터키는 같은 튀르크계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을 군사·경제적으로 지원해왔다. 튀르크어를 사용하는 터키와 아제르바이잔은 국민 간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서로를 형제국가로 여긴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이날 자국 관영 아나돌루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요청이 있으면 터키가 군사지원을 제공할 것이냐’는 질문에 “요청하면 ‘필요한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간 전투가 격화할 경우 터키가 아제르바이잔에 본격적인 군사지원을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르메니아 국방부 대변인은 “오늘 오전부터 2대의 터키 F-16 전투기와 아제르바이잔 공격기 수호이(Su)-25, 터키 정찰-공격 무인기 ‘바아락타르’ 등이 아제르바이잔 큐르다미르에서 출격해 고고도에서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도시 가드루트와 마르타케르트에 미사일·폭탄 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또 터키 공군의 공중지휘본부 역할을 하는 Е7-Т 군용기가 양국 전투기들의 비행을 지휘하고 있다며,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공중 전투 지휘권을 터키에 넘겼다고 덧붙였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이날 전투 부상자들과 면담하면서 “아르메니아군은 무조건적이고 즉각적으로 우리의 땅에서 떠나야 한다”면서 “아르메니아 정부가 이 조건을 이행하면 전투는 중단되고 피가 멎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흘째 지속되고 있는 전투는 역사적 정의를 복원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아제르바이잔의 역사적 영토”라고 강조했다. 반면 니콜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이날 러시아가 중재하는 아제르바이잔과의 평화협상은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파쉬냔 총리는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심각한 적대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시점에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러시아 간 정상회담에 관해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파쉬냔은 이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도 전화 통화를 하고 나고르노-카라바흐 사태를 논의했다고 아르메니아 총리실이 전했다. 파쉬냔 총리는 로하니 대통령에게 터키가 군사행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알렸으며, 이에 로하니 대통령은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간 군사적 긴장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고 총리실은 소개했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양측은 모두 러시아 등 국제사회의 교전 중단 호소에도 전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FP 통신은 이날까지 확인된 전사자는 민간인을 포함해 100명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는 지난 27일부터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지역에서 1994년 이후 최대 규모의 교전을 나흘째 계속하고 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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