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TV프로그램에 출연해 폭발적인 호응을 받은 ‘트로트의 황제’ 나훈아의 공연에 정치권이 술렁였다. 특히 야권에서는 나훈아의 일부 발언이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의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일 페이스북에 “인생의 고단함이 절절히 녹아들어 있는 그의 노래는 제 인생의 순간들을 언제나 함께했고, 그는 여전히 저의 우상”이라고 감회를 전했다. 이 지사는 “모두처럼 저도 집콕하느라 부모님 산소도 찾아뵙지 못하고 처가에도 못 가는 외로운 시간에 가황 나훈아 님의 깊고 묵직한 노래가 큰 힘이 되었다”며 “코로나가 걷힌 언젠가 실황 공연장에서 사인 한장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야권은 나훈아의 ‘소신 발언’을 부각했다. 나훈아는 지난달 30일 밤 방송 공연에서 “이 나라는 바로 오늘 여러분이 지켰다.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을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BS가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방송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현재 KBS 등 공영 방송이 정권 입맛에 맞는 뉴스 등 방송만 내보내는 것에 대해 비판 의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원희룡 제주지사는 페이스북에 “힘도 나고 신이 났지만 한편으론 자괴감도 들었다. 20년 가까이 정치를 하면서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지만, 이 예인(藝人)에 비하면 너무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썼다. 같은 당 조수진 의원은 SNS에 “두고 보세요. KBS, 거듭날 겁니다”라는 나훈아의 발언을 인용하며 “상처받은 우리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나훈아 씨에게 갈채를 보낸다”고 적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