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배달 라이더 ’억대 연봉‘ 시대’라는 한 기사가 화제를 모았다. 해당 배달 라이더가 하루 57건을 배달해, 일급 약 47만 원을 받았고, 연 1억 1,200만 원을 버는 셈이라고 밝혔다.
◇ ‘억대 연봉’이 정말 가능하긴 한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억’대 연봉은 불가능에 가깝다. 연봉이라 하면 안정적인 수입을 가정해서 계산되는데, 예상 연봉 1억의 근거가 된 일급 47만 원은 ‘한시적 기간’ 동안 ‘프로모션 배달비’가 추가된 상황에서 나온 금액이다. 배달 라이더의 한 건당 배달비는 유동적이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같은 대형 배달 플랫폼은 여름과 겨울에 프로모션 배달비를 적용한다. 날씨의 영향으로 늘어난 배달 주문에 비해 배달 라이더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평소 배달이 몰리는 점심, 저녁과 같은 피크시간이나 비나 눈이 내리는 악천후에 할증도 붙여준다. 그런데 아무리 프로모션 배달비가 붙는다고 해도, 어떻게 일급 47만 원이 나올 수 있었던 걸까?
화제가 된 기사 속 배달 라이더는 ‘쿠팡이츠’ 배달플랫폼에서 배달했다. 쿠팡이츠는 주문량, 시간, 거리, 날씨 등을 고려한 탄력요금제를 적용 중인데, 특히 ‘주문 음식 손상’이나 ‘배달 시간 지연’을 방지하기 위한 1대 1 배달 시스템을 운행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쿠팡이츠 배달원은 합배송을 하는 다른 업체 배달원들보다 처리하는 배달 건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쿠팡이츠는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배달비에 웃돈을 얹어주는 프로모션으로 이 문제를 가볍게 해결했다. 지난 8월, 배달 대란이 일어났을 때도, 쿠팡이츠는 배달 라이더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 때문에 한 건당 최대 2만 원까지 배달비가 나오게 됐고, 일급은 47만 원까지 치솟았다. 결국, 시시때때로 가격이 변하는 탄력요금제하에서 매일매일 47만 원에 가까운 일급을 벌어들이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다. 현재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프로모션 배달비가 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사 속 사례처럼 매일매일 57건을 배달하는 것 또한 불가능에 가깝다. 한 쿠팡이츠 라이더에 따르면 한 시간에 3~4회 정도의 배달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데, 57건을 배달하려면 하루 14시간 이상 일해야 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배달대행업체 라이더들의 연봉 1억은 가능할까? 배달대행업체 소속 라이더의 평균 배달비는 한 건당 약 3,000원, 연봉 1억을 벌기 위해서는 한 달 평일 20일로 계산을 해보면, 하루에 약 139건의 배달을 해야 한다. 배달 라이더들의 하루 배달 수가 약 30~50건 정도인 것만 보더라도 1억을 버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일시적으로 높아진 프로모션 배달비에 무리하게 배달하다 보면 사고위험도 커진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18~24살 청년의 산재 사망 원인 1위는 배달이었다. 또한, 도로교통공단에 제시한 5년간 이륜차 교통사고 연도별 추이에서 2019년에 처음으로 2만 건을 넘어섰다.
고수익을 벌어들이는 일부 배달 라이더들이 있다 하더라도,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여서 각종 보험료와 수리비, 유류비 모두 개인 몫이다. 연장, 야간, 휴일수당이나 퇴직금도 없다. 배달원용 보험인 유상 운송보험은 1년에 최소 400만 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서 가입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또한, 오토바이 수리는 표준공임단가도 형성되지 않아서, 부르는 게 값이다.
◇ 내가 내는 배달비, 어떻게 정해지나
배달 라이더들이 가져가는 배달비와 우리가 내는 배달비는 어떻게 정해질까? 대부분의 배달시장 구조는 소비자 → 배달주문플랫폼 → 식당 → 배달대행플랫폼 → 지역배달대행사 → 배달원 → 소비자의 형태다. 구조에서 볼 수 있듯이 배달 주문 앱과 배달 대행은 별개다. 배달 주문 앱은 우리가 잘 아는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배달통 등이 있고, 배달대행업체는 생각대로, 바로고, 부릉 등이 있다. 보통 배달 라이더들은 자영업자 신분으로 배달대행업체와 계약을 맺게 된다. 배달 앱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배달대행업체와 배달 라이더가 직접 계약을 맺기도 한다.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가 맛집으로 선정한 음식점의 배달을 맡는 배민라이더스, 배민커넥트, 요기요 플러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쿠리어’도 쿠팡이츠와 직접 계약을 맺고 언제든지 근무할 수 있다.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배달 시장을 보면 소비자가 내는 배달비에 점주가 내는 배달비가 보태져서 배달대행업체를 거쳐 수수료를 떼고, 배달원에게 최종 지급되는 구조다.
여기서 소비자가 내는 배달비는 배달 앱 입점 업주가 주문금액이나 거리, 경영 환경 등에 따라 직접 결정하고, 점주가 내는 배달비는 계약한 배달대행업체의 배달대행료 운영 정책에 따라 결정된다. 즉, 배달대행업체가 배달대행료를 올리면 업주의 부담이 커지고, 소비자에게까지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 부릉을 제외한 생각대로와 바로고는 본사가 아닌 지역대행사가 배달료 결정권을 갖고 있는데, 지난달 말, ‘생각대로’ 노원지사는 기본 수수료를 500원 올리면서 업주들에게 “배달 팁을 소비자들에게 부담시키는 방법을 써달라”는 권유를 하기도 했다.
대형 배달 플랫폼들의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배달원들이 쏠리게 되면, 프로모션 비용을 쓰지 못하는 나머지 중소 배달 대행업체의 ‘공급부족’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배달 콜이 잘 잡히지 않으니 소비자들에게 음식이 전달되기까지의 시간도 길어지고, 라이더를 잡기 위해 배달료를 올리면 그 부담이 점주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되는 셈이다.
한 라이더 노동조합 관계자는 이런 현상의 근본 원인으로 “배달료의 상한가나 하한가 기준이 없는 현재 배달산업 상황”을 꼽았다. 또한, “우천 할증 등 과도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보다 안정적인 배달료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배달시장의 양적 성장세에 걸맞게 배달라이더, 상인, 소비자 모두에게 좋은 배달료 해법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민석 인턴기자 dud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