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인 3일 ‘4·15 부정선거’ 등의 깃발을 단 검은색 SUV 차량이 세종대로로 진입하려다 경찰 통제를 받고있다./한민구기자
일부 시민단체가 개천절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신고했으나 경찰 통제 속에 집회는 개최되지 않았다. 이날 사랑제일교회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전광훈 목사의 옥중 입장문을 공개했으며, 8·15 참가자시민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9일과 10일 연이어 집회를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당분간 세종대로 인근 통제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개천절인 3일 경찰이 서울 도심서 돌발적인 집회·시위 등을 차단하기 위해 시내 진입로에 검문소 90곳가량을 설치하며 세종대로 곳곳에서는 1인 시위 참석을 원하는 시민들과 경찰 간 대치가 이어졌다. 한 시민은 진입을 막는 경찰에게 “치고 들어가겠다”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것인데 왜 진입을 막느냐”고 소리쳤으며, ‘4·15 부정선거’ 등의 깃발을 단 검은색 SUV 차량도 세종대로에 진입하려다 경찰에 제지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시위용품을 지닌 채 도심으로 진입하려던 차 30여 대가 회차 됐다.
3일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세종대로로 진입을 원하는 시민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한민구기자
방역당국이 우려했던 것과 달리 1인 시위자들이 대규모로 응집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최인식 8·15 비대위 사무총장은 오후 2시께 서울 광화문역 7번 출구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광화문 광장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 앞까지 진입할 수 없어 오늘 집회는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국민이 저항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까지 무너트리려 하고 있다. 오는 9·10일 계속해 집회 신고를 하고 행정법원에 소송해서 집회결사의 자유 지켜내겠다”며 추가 집회 신고를 예고했다. 집회의 자유가 시위 목적이기에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3일 서울 광화문광장 인도에 펜스가 케이블로 고정돼 설치돼있다./한민구기자
사랑제일교회 측인 ‘8·15 광화문국민대회 비상대책위원회’도 같은 날 1시30분께 광화문역 1번 출구 근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집회 금지 방침을 규탄했다. 전광훈 목사도 강연재 변호사를 통해 옥중 입장문을 공개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이용해 국민의 생명인 자유 박탈했다”며 “문 정부는 경제 실정을 코로나19에 전가하고 광화문 집회를 탄압했다”고 주장했다. 고영일 변호사도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중국인 입국을 조기에 금지했으면 이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정부에 책임을 물었다.
이날 또 다른 보수단체인 ‘애국순찰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지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자택이 있는 곳까지 9대의 차량을 이용한 시위를 벌였으며,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행동’도 서울 강동구 굽은다리역에서 출발해 강동 공영차고지에 도착하는 경로로 9대 규모의 차량시위를 진행했다.
3일 세종대로와 인도에 경찰이 차량 등으로 벽을 세워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한민구기자
시민들 혼란도 이어졌다. 광화문 일대가 광범위하게 통제되며 일부 건널목과 지하도 출입이 막혔기 때문이다. 직장인 이모씨는 “안국역에서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통제범위가 넓어 길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지하철은 이날 오전 9시 10분께부터 5호선 광화문역을, 9시 30분께부턴 1·2호선 시청역과 3호선 경복궁역을 무정차 통과하고 있다. 교통 통제가 이뤄지며 버스도 예고한 노선으로 우회하고 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지방경찰청을 방문해 “합법적인 집회는 헌법에서 보장한 권리이기 때문에 존중하되, 불법 집회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대응해달라”고 강조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