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3억 대주주' 이유있는 불만 3가지

['3억 대주주' 양도세 과세 논란]
① 소형 아파트 전셋값도 3억넘는데…경제규모 비해 불합리
② 조부모·손자까지 합산은 말안돼…현대판 연좌제로 위헌
③ 양도세 회피 역대급 매물 불보듯…증시에 매머드급 충격


주식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의 범위가 올해 말 급격히 확대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대주주 양도세 제도를 폐기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에 한 달 만에 21만6,844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지난 2005년부터 꾸준히 낮아진 대주주 양도세 과세에 대해 매년 문제 제기가 이어졌지만 올해 특별히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센 이유를 짚어 본다.

① “3억원이 대주주? 경제 규모에 비해 불합리”

우선 기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단번에 대폭 낮아진 대주주 기준 금액에 대한 반발이 크다. 국내 상장사의 일반 주주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리지 않지만 소득세법상 ‘대주주’에 대해서는 22~33%(주민세 포함)의 세율로 과세된다. 과세 표준액이 3억원 이하일 경우 22%, 3억원 초과는 27.5%의 양도세율이 적용된다. 또 1년 이내 단기 차익일 경우 세율은 33%로 올라간다.

정부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공평과세 차원에서 2005년부터 대주주 기준을 낮추기 시작했다. 다만 시장의 충격을 우려해 시차를 두고 서서히 낮췄으며 절대적인 금액 기준이 높아 대상자가 극히 일부에 국한됐다. 그러나 연초 이후 ‘동학개미’운동이라고 지칭될 만큼 다수의 개인투자자가 증시에 입성한 상황에서 연말 기준으로 종목당 3억원으로 급격히 낮아지면서 대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연말을 기준으로 한 종목에 대해 3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가 내년 4월 이후 매도할 경우 양도세를 내야 한다.

청와대 청원자는 “그동안 성장한 국내 경제 규모에 비해 3억원을 대주주로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또 정의정 한국투자자연대 대표는 “서울·수도권내 비핵심 지역의 소형 아파트 전세가격이 3억원을 넘는 경우가 허다한데 상장회사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규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②“할머니와 손자 주식까지 합산…대주주 연좌제”


대주주 양도세제도와 관련해 투자자들이 가장 문제로 삼는 부분은 대주주 여부 판단 시 직계존비속 및 배우자의 보유주식까지 포함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친·외조부모, 배우자, 자녀, 손자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합쳐 2억8,000만원이 넘으면 본인은 불과 2,000만원어치를 들고도 졸지에 대주주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게다가 투자자들은 본인이 대주주인지를 정확히 알기도 힘들다는 맹점이 있다. 한 세무사는 “할아버지·할머니·부모·배우자·자녀 등의 주식 보유 내역을 전부 파악해야 대주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실제로 한 투자자는 의절한 가족의 보유주식 때문에 뒤늦게 본인이 대주주임을 알고 양도세를 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9월 말까지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59조원어치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순매수한 점도 대주주 숫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동학개미들의 매수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우선주 포함) 11조2,000억원 △현대차 1조9,000억원 △SK하이닉스 1조9,000억원 △NAVER 1조8,000억원 △카카오 1조5,000억원 등이다. 청와대 청원자는 “과거 종합부동산세도 세대별 합산이 위헌판결을 받은 바 있다”며 “친가·외가 조무모, 부모, 배우자, 자녀, 손자 보유주식까지 포함해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삼는 것은 현대판 연좌제로 위헌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③ 매머드급 시장 충격 불가피…동학개미가 살린 증시에 찬물

대주주 양도세 문제는 ‘큰손 투자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도 동학개미들의 우려다. 기획재정부에서는 대주주 양도세 해당자는 600만명이 넘는 주식 투자자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지만 대주주 과세로 인한 시장 충격파는 전체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받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억원으로 낮아진 후 매년 12월 국내 증시는 양도세 회피 매물로 몸살을 앓았다. 2018년 15억원, 올해는 10억원으로 낮아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연말 매도 강도는 더욱 거세졌다. 2018년 12월에는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약 1조6,000억원, 지난해 12월에는 5조원 가까운 개인들의 매물 폭탄이 쏟아졌다. 12월 말 기준으로만 대주주 범위에서 벗어나면 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매도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3억원으로 낮아지면 역대급 매물이 쏟아지고 이는 해당 투자자뿐만 아니라 전체 국내 주식투자자들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며 “어차피 2023년부터 양도세 전면과세가 시행되는 만큼 그때까지는 기존 10억원 기준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동학개미들이 살려 놓은 국내 증시를 기재부에서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며 “과세 방침을 고수한다면 증시가 과거와 같은 박스권 장세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외면하는 ‘소탐대실’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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