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대법원은 보암모 공동대표인 이모씨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암 보험금 청구 소송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본 2심 판단에 법리상 오해가 없다고 보고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한 것이다.
삼성생명 보험설계사였던 이씨는 지난 2017년 유방암 진단 후 상급 종합병원에서 수술·통원 치료를 받았고 이후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하며 치료를 병행했다. 그런데 이씨가 보유한 삼성생명 암 보험 4건에 대해 보험금을 청구하자 삼성생명은 암 진단비·수술비 명목으로 총 9,488만원을 지급했으나 요양병원 입원비 5,558만원과 지연이자에 대해서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요양병원 입원은 암 치료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본 것이다.
앞서 2심 법원은 ‘암이나 암 치료 후 그로 인해 발생한 후유증을 완화하거나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하는 것을 직접치료로 포함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피고인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씨는 상고했고 보암모는 8월 법원의 집회금지 및 퇴거 지시에도 농성을 이어갔다.
법원은 약관 해석과 관련한 소송이 제기된 경우 약관이 모호할 때는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작성자불이익원칙’을 따른다. 그런데도 약관의 최종 해석 기관인 법원이 원고 패소를 최종 확정하면서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해온 보암모로서는 4년째 이어온 투쟁의 명분을 잃게 됐다는 평가다.
고민이 깊어진 것은 금융당국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은 삼성생명 종합검사 결과에 대한 징계 수위를 정하는 제재심의위원회를 이달 중 개최할 예정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지난해 종합검사에서 금감원이 삼성생명의 암 입원 보험금 지급 건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진 만큼 삼성생명이 결국 관련 문제로 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금감원이 암 입원 보험금 부지급을 이유로 삼성생명을 징계하는 것 자체가 사법부의 판단과 배치된다는 점이다. 대법원 판결을 받아든 삼성생명으로서는 원칙과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데도 암 입원 보험금을 지급한다면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삼성생명은 앞서 보암모는 물론 금감원·정치권과도 암 보험금 문제로 갈등을 빚자 요양병원 입원비 관련 보험금 지급 기준을 지속적으로 완화했다. 최근 1년간 암 입원비 지급의 판단 주체를 암 주치의에서 요양병원 의사까지 확대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요양병원 환자 분류 기준상 선택입원군(치료 목적은 아니지만 필요한 경우 일부 본인부담금을 내고 입원하는 환자)을 제외한 모든 암 환자는 항암 치료기간 중 요양병원 암 입원비를 지급했다. 또 선택입원군에 속하더라도 암 주치의나 요양병원 의사가 일정 등급 이상으로 평가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기준을 바꿨다. 이에 따라 1·2차 민원(2018년 1월~2019년 2월) 당시 각각 41.8%, 36.7%였던 전부수용 및 일부수용 비율은 3차 민원(2019년 3~9월)에서 각각 77.1%, 22.9%로 높아졌고 불수용은 한 건도 없었다. 과거 불수용 민원 건에 대해서도 삼성생명은 보암모에 제3의 중재기구 구성을 통한 해결을 제안했으나 보암모는 사실상 거절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원칙과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청구건까지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하는 것은 사법부의 판단에 반하는 동시에 배임 행위를 종용하는 것”이라며 “국정감사를 앞두고 암 보험 분쟁을 이슈화하려던 보암모와 정치권은 물론 금융소비자보호 원칙을 내세우며 암 보험금 지급을 밀어붙였던 금융당국도 명분을 잃었다”고 말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