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지도부, 의원, 당직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남중빌딩에서 열린 새 당사 현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이 2018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2년 만에 당사를 여의도로 옮겼다. ‘약자와의 동행’, ‘지역주의 타파’, ‘기본소득’ 등을 담은 당의 정강정책에 이어 당명, 당색, 당사까지 바꿨다 . 변화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받을 첫 국민의 성적표는 내년 4월 서울특별시·부산광역시 시장 재보궐 선거다. 내년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승리하고 이듬해 대통령 선거까지 거머쥐기 위해 김무성과 유승민계 등 원외 보수진영도 속속 세력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천막당사·한양빌딩·영등포 거쳐 다시 여의도
또 그는 “이번 새 당사 마련해서 과거 16년 전 일군 당사를 새롭게 만들었단 이런 취지하에서 우리 국민의힘에 모든 당직자와 당원들이 단결해서 뼈를 깎는 변화를 가져오면 우리의 목적을 꼭 달성하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남중빌딩에서 열린 새 당사 현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새 당사를 마련한 것은 지난 2004년 한나라당이 여의도 당사를 매각한 이후 16년 만이다. 2004년 당시 한나라당은 2002년 불법으로 대선자금을 전달한 이른바 ‘차떼기 사건’이 불거지자 쇄신책으로 당사를 내놓고 천막 당사를 꾸린 후 16년간 당사를 임차해 생활을 했다.
국민의힘은 천막당사와 염창동 당사 시대를 지나 2007년 옛 한나라당 시절 마련한 여의도 당사(한양빌딩)에서 황금시대를 맞이한 적도 있다. 이 자리에서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을 연달아 배출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와 분열로 인한 분당, 2017년 대선 패배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후엔 당사를 중앙당사를 영등포동으로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가 꾸려진 후 당사가 정치중심지인 여의도에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졌다. 이에 16년 만에 당사를 임하던 생활을 끝내고 여의도에 새 당사를 열었다.
모이는 보수진영, 덩치 커진 김무성 마포포럼
김무성 전 의원(전 새누리당 대표)이 총선이 끝난 지난 4월 22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 열린 비박계 만찬 회동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정강정책·당명·당색·당사까지 바꾼 국민의힘 주위로 보수진영 인사들도 뭉치고 있다. 우선 오는 8일 김종인 위원장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이끄는 ‘마포포럼’에 ‘보수 재집권’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마포포럼을 만들며 ‘킹메이커’를 자처한 김 위원장은 언론에 “집권을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하는 시기로, 국민의힘 선장의 구상을 우선 청취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전 자유한국당 대표)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보수진영 대권 주자도 강연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대선 주자를 위해 만든 마포포럼의 무대도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창립할 때 46명이었던 전직 의원들은 현재 60여 명으로 덩치가 커졌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최근 마포포럼 회원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김 위원장과 김 전 의원이 오는 8일 마포포럼에서 만나 차기 부산시장에 대한 논의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부산을 지역구로 6선을 한 김 전 의원은 과거 당 대표까지 지낸 중량감 있는 인사다. 두 사람이 만나 차기 부산시장 선거를 말하는 것은 어색하지 않다.
야당에선 서울시장 선거에 집중하기 위해 부산시장 선거에서 압승을 거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부산시장 후보로 해양수산부 장관과 3선 의원 출신인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과 최고위원 출신인 김해영 전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이 때문에 ‘김무성 직접 차출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부산을 지역구로 6선을 한 김 전 의원은 과거 당 대표까지 지내 무게감이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계도 여의도로…정치 커피숍 ‘하우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서울경제DB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유승민계 인사들도 여의도로 모이고 있다. 유의동 의원과 김웅 의원은 물론 오신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 보수진영 내 소장·개혁파로 불리는 인사들이 여의도 켄싱턴호텔 가까이에 정치 커피숍 ‘하우스(how’s)’를 연다.
협동조합 형태로 개점하는 이 커피숍의 점장은 오신환 전 의원이 맡는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15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때를 기다린다’는 의미로 동료 정치인들과 개업한 고깃집 ‘하로동선’과 유사한 정치 커피숍이다. 이 자리에서 일반 국민들과 커피를 마시며 세미나를 여는 ‘생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유 전 의원이 이 커피숍에서 일반 시민들과 함께 출판기념회를 겸한 대선 행보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4·15총선 이후 칩거한 유 전 의원은 최근 국내외 정치·경제에 대한 진단과 우리나라가 갈 길을 담은 저서를 집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 의원은 “KDI 출신인 유 전 의원이 국내는 물론 해외 석학과도 만나 대화를 하고 이를 책으로 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우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개점 날짜가 유동적이다. 이르면 이달 중에 오픈할 수도 있다. 관계자는 “현재 인테리어 작업을 진행 중인데 공사 문제보다는 코로나 상황을 보면서 개점일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