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집에 있을 수 없다" 강경화 남편, 미국서 블로그 '비공개' 전환

3일 요트 구매 목적으로 미국 여행 강행
2월에도 '여행 최소화 권고' 중 베트남 관광
강경화 "귀국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 송구"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연합뉴스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권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해외여행을 떠나 논란이 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자신의 공개 블로그들을 모두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상태로 전환했다.

강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는 자신이 운영하던 공개 개인 블로그 2개를 5일 기준으로 모두 비공개 또는 폐쇄 처리했다. 최근 미국 등 방역 지침과 동떨어진 해외여행과 요트 구매 등으로 논란이 된 상황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교수는 전날에도 논란이 확산되자 최신 글 일부를 삭제 또는 비공개 전환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지난 3일 요트 구매와 여행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 교수는 공항에서 여행 목적을 묻는 한 방송사 취재진에 “그냥 자유여행을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했다는 지적에는 “코로나가 하루 이틀 안에 없어질 게 아니지 않느냐”며 “맨날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 교수의 이번 미국행이 논란이 된 것은 외교부가 3월23일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별여행주의보는 해외여행 자체를 금지하지 않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것을 권고한다. 여행자 개인뿐 아니라 국가 전체 방역을 위한 조치다.

강 장관의 남편은 이뿐 아니라 지난 2월에도 정부가 ‘베트남 여행 최소화’ 권고를 내놓은 속에서도 호찌민 시내를 관광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여러 사람이 몰리는 대표 관광 코스인 전쟁박물관과 호찌민시 박물관 등도 찾았다고 전했다.

당시만 해도 베트남은 1월23일 첫 감염자가 발생한 이래 꾸준히 확진자가 늘고 있는 추세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월 초 ‘중국 외 지역 내 전파 확인 또는 추정 사례’가 보고된 국가로 싱가포르·한국·일본·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미국·독일·프랑스·영국·스페인·아랍에미리트 등 12개국을 지목했다. 정부는 이에 11일 중국과 교류가 많은 싱가포르·일본·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대만 등 6곳에 대해 우선적으로 해외여행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다. 이 교수가 호찌민에서 각종 박물관을 찾았다고 밝힌 시점은 이 직후인 12일(현지시간) 오전이었다.

그는 베트남을 다녀온 이틀 뒤 해외발 감염에 따른 대구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카리브해로 여행을 떠났다. 6월에는 그리스 지역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취소하기도 했다.

강 장관은 이에 지난 4일 실·국장들과의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민들께서 해외여행 등 외부활동을 자제하시는 가운데 이러한 일이 있어 경위를 떠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강 장관은 회의 이후 외교부 청사를 떠나면서 기자들과 만나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반복하면서 “(남편이) 워낙 오래 계획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간 것이라서 귀국하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어 “여행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설득도 했다”면서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본인도 잘 알고 있었고 결국 본인이 결정해서 떠났다”고 설명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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