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담보’가 추석 연휴 5일 동안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누적 관객 100만 고지는 넘어서지 못했다./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무려 5일이나 되는 황금연휴에도 극장가에 추석 특수는 없었다. 연휴 기간 극장 관객 수는 180만 명을 간신히 넘겼다. 일 평균 관객 수는 지난 추석 연휴의 28%에 불과했다. 코로나 19 영향도 있었지만 침체된 극장가 분위기를 반전시킬 ‘한 방’ 영화가 없었던 탓이다. 연말까지도 눈에 띄는 대작 개봉 확정 소식이 없어 당분간 극장가 ‘가을 보릿고개’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5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4일까지 닷새 간의 극장 관객 수는 180만 9,769명이었다. 작년 추석 연휴에 나흘 간 513만 1,667명의 관객이 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연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한국 영화 ‘담보’도 누적 관객 100만 고지를 넘어서지 못했다. 2위를 기록한 한국영화 ‘국제수사’는 담보의 절반 수준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3, 4위는 외화 ‘그린랜드’와 ‘테넷’으로 각각 21만 명, 11만 명을 동원했다.
이 같은 흥행 부진은 코로나 19 우려로 인한 신작 가뭄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신작은 넘쳤다. 일부 영화가 스크린 확보를 위해 상영 일정을 미뤘을 정도다. 하지만 화제가 될 만한 대작이 없었고, 지각 개봉 작품도 적지 않았다. 여름에 어울릴 법한 영화를 가을에 선보이다 보니 계절성 측면에서 관객 시선을 잡는 데 실패했다. 사전 마케팅과 실제 개봉일 사이 시간 차가 크게 벌어져 관심권에서 멀어진 영화도 있었다. ‘스텝’이 꼬인 결과가 흥행 부진으로 이어진 것이다.
추석 특수 실종으로 장기침체의 그늘이 또 한 번 짙어지자 영화계의 고심은 깊어졌다. 연말까지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화계에서는 달라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빨리 새로운 영화 환경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진위 관계자는 “영화 투자, 제작, 소비의 근본적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영화 제작 역량 및 관객 수요 유지를 위한 새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이달부터 영화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포스트 코로나 영화정책 추진단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진단은 영화산업 지원책, 극장 중심의 영화 산업구조 개편 등의 중장기 정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