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2' 한 줌의 희망이 절망보다 낫다는 믿음으로 다시…[리뷰에세이]


“진리를 좇아 매진하는 것, 도리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이는 모두 끝이 없는 과정이다. 멈추는 순간 실패가 된다. 변화를 향해 나아간다는 건 나의 발이 바늘이 되어 보이지 않은 실을 달고 쉼 없이 걷는 것과 같다.”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었다. 권력을 향한 욕망으로 조직의 이익에 앞장섰던 이들은 끝내 쌓아온 모든 것을 잃었다. 권선징악은 아니었다. 먼저 간 선배의 최후와 그 행동에 담긴 뜻을 알고 있던 검사는 덫에 걸려 옷을 벗었고, 황시목(조승우)과 한여진(배두나)는 모두 조직의 바늘같은 존재가 됐다. 유용하나 언제라도 찌를 수 있을 만큼 뾰족한….

마지막까지 향방을 예측할 수 없었던 최빛(전혜진)과 우태하(최무성)는 전혀 다른 길에 들어섰다. 황시목을 만난 최빚은 자신이 어떻게 해도 빠져나갈 수 없는 올무에 걸렸음을 알고, “왜 스스로를 후려치냐”는 한여진의 울분에 찬 목소리에 진실을 밝히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멈췄다.

박광수(서진원) 변호사의 죽음과 관련, 사체 유기와 증거 조작 등의 사실을 모두 밝힌 최빛의 기자회견과 달리 우태하의 기자회견장은 썰렁했다. 완벽했던 계획이었다고, 모두가 다 그렇게 한다고, 넌 지방으로 보내고 넌 빨간 줄 가게 만들겠다고, 그 말들 모두 궤변이었다. 구속되지 않았으나 파면됐고, 기소됐다.

자신의 욕망으로 조직을 대변하던 ‘한 배를 탄’ 두 사람이 주도한 검경협의회는 ‘개혁의 추체가 아닌 대상일 뿐’이라는 인식만 심었다. 드라마에서도, 시청자에게도.


이창준이 원하는 변화는 오지 않았다. 그가 ‘다른 여자는 없다’며 마지막까지 지켜낸 아내마저도 바꾸지 못했다. 최빛과 우태하의 커넥션, 그 끝에 연결된 이연재(윤세아) 한조그룹 회장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처리된 뒤 서동재(이준혁)에게 말한다. “서동재만 남았어. 죽은 변호사하고 날 연결시킬 수 있는 건.”


이연재의 덫에 걸려든 강원철(박성근)은 그의 손을 잡을지 모든 것을 내려놓을지 선택의 기로에 선다. 더 나아갈 수도, 양심을 버릴 수도 없는 순간 그가 떠올린건 이창준의 최후 이창준의 말이었다. 그는 조직을 떠나기로 한 뒤 이연재에게 가 “이창준 선배 끝까지 틀리셨네요. 회장님이 이창준 선배를 한조로 데려가지 않았다면, 그래서 그분이 검찰에 쭉 계셨다면 선배 안 죽었어요. 조직은 더 나은 길을 가고 있을 것”이라며 후배들에게만큼은 덫을 놓지 말아달라 부탁한다.

그런 그에게 이연재는 “나는 남편이 떨어져 죽었어. 그이 마지막이 내가 하는 일에 영향을 끼쳐야돼? 내가 회사를 위해 하는 결정이 그 사람 뜻에 맞춰야돼? 천만에. 사람 하나에 좌우되는게 무슨 빌어먹을 조직이야”라며 반박하고, 강원철은 “조직은 사람입니다. 회사도 조직이고요. 이선배가 이루려고 했던 것 회장님은 완성시킬 수 있다”며 다시 설득한다. 그리고 그가 떠난 뒤 이어지는 이연재의 말 “(한조그룹 사건을 배정받은)중앙지검 주임검사 알아내요.”


많은 사건이 스쳐갔지만 사람들은 변하지 않았다. 이기적이었고, 교활했으며, 권력 지향적이었다. 이들의 아귀다툼 한가운데서 황시목과 한여진은 차분하고 꼼꼼하게 자신이 해야 할 것을 찾고 밝혀내고, 또 찾아냈다. 이창준이 모든걸 계획했다는 시즌1의 결말과 다른 결이었다. 판타지는 사라지고 지독한 현실만 남았다.

황시목은 모든 사건이 우태하 개인의 일탈로 덮자는 대검 차장검사에게 “70년이나 지켜온 수사권을 흥정의 대상으로 만든 사람들, 이를 남용하고 오용해서 지키지 못한 사람들이 문제”라고 일침을 놓고는 원래 부임지였던 원주로 떠난다. 한여진은 회식에 꼭 오라는 용산서 사람들을 뒤로 하고, ‘상사를 제 손으로 내친 검은 짐승’이라며 무시하는 정보국에 남는다. 처음 우리가 봤던 한여진의 그 모습 그대로.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어려운 소재에 각종 사건이 얽히고설킨 이야기는 어떤 지점에서도 멈출 수 있었다. 멈출 수 있는 순간은 많았다. 한 걸음 더 나아갈 때마다 복잡해졌고, 그럴 때마다 일부 시청자들은 어렵다며 떠났다. 결말이 다가올 시점 ‘그럴 줄 알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싱겁지 않았다. 이제는 ‘비밀의 숲’ 스타일이라고 해도 될 만큼 ‘수도 없는 복선’과 ‘이를 퍼즐처럼 짜맞추는 결말’의 재미는 이번에도 작품을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할 이유를 만들었다. 이창준의 판타지로 화려한 ‘발단’을, 조직의 어두운 현실과 맞딱드린 주인공들의 ‘전개’를 그린 ‘비밀의 숲’은 이제 절정으로 향한다.

여전히 “한 줌의 희망이 수백의 절망보다 낫다는 믿음 아래 멈추지 않은 마음으로 다시.”


/최상진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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