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家 분쟁 구도 가시화…조현식도 父성년후견에 참여

한국테크놀로지그룹(000240) 오너 일가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이 아버지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에 참여하며 그룹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가시화 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조 부회장은 이날 조 회장 성년후견 개시 심판과 관련해 서울가정법원에 참가인 자격으로 의견서를 냈다. 통상 성년후견 개시 심판에서 ‘청구인’과 같은 자격을 갖는 ‘참가인’은 ‘관계인’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고민하던 조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권을 놓고 다투기로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조 부회장 측은 “향후 절차를 진행하면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경영권 다툼은 지난 7월 30일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며 법원으로 옮겨갔다. 조 회장이 지난 6월 넷째인 차남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에게 조 회장의 회사 지분 23.59% 전량을 2,400억원을 받고 매각한 것은 온전한 정신으로 내린 결정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블록딜로 인해 차남인 조 사장은 42.9%의 지분을 가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경영권을 차지했다. 여기에 성년 후견 심판 절차가 시작되자 조 회장은 직접 “건강하다”는 입장문을 내고 장녀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조 이사장이 제기한 성년후견 심판 절차에 조 부회장이 이날 참가인 자격으로 의견서를 내면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오너 일가 분쟁 구도는 보다 선명해졌다. 장녀인 조 이사장과 장남 조 부회장이 아버지·차남과 갈등하는 구도다. 다만 조 이사장 측은 성년후견 청구에 대해 “평소 주식을 공익재단 등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고자 했던 아버지의 신념과 너무 다른 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지 경영권 분쟁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장남과 연합이 실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조 이사장이 가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은 0.83%에 불과해 지분 경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분 10.82%를 가진 차녀 조희원 씨의 입장에 관심이 쏠린다. 차녀가 19.32%를 가진 조 부회장과 0.83%의 조 이사장과 연합하면 지분율이 30.97%로 높아진다. 여기에 지분 6.24%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조 부회장 측의 손을 들어주면 37.21%가 돼 42.9%인 조 사장 지분율에 가까워진다.

당초 차녀 조씨는 형제 간 그룹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자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중립을 지키겠다는 의사를 회사 측에 밝혔다. 그러나 최근 조씨가 아버지·차남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경영권 분쟁이 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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