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한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방안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왼쪽부터 나주범 재정혁신국장, 홍남기 부총리, 안일환 2차관, 최상대 예산총괄심의관. /연합뉴스
한국형 재정준칙을 시행령으로 규정한 데 대한 비판이 커지자 정부가 정책 발표 하루 만에 법 규정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처해 “대다수 국민 의견이 시행령보다 법이 타당할 것 같다고 하면 (법으로 제정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수량적 한도를 담아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그때그때 재정준칙이 바뀔 수 있다는 비판에 한발 물러난 것이다. 하지만 재정준칙을 법률에 담는 것을 두고 여야 간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국회 논의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 부총리는 “법으로 규정하면 조정 필요성이 있을 때 탄력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검토의견을 그대로 발표한 것”이라며 “반드시 시행령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이 문제는 국회와 잘 상의해서 하겠다”고 말했다. 재정준칙에 대해 여당은 확장재정이 필요한 시점에 재정운용의 경직성이 높아진다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으며, 야당은 법률을 통해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당정의 한 관계자는 “법률이냐 시행령이냐는 당정 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회에서 3년, 5년마다 바꾸기는 어려워 여당 입장에서는 시행령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앞서 지난 5일 발표한 재정준칙에는 오는 2025회계연도부터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이내,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되, 국가채무비율을 60%로 나눈 수치와 통합재정수지를 -3%로 나눈 수치를 곱한 값이 1.0 이하가 돼야 한다는 한도 계산식이 적용됐다. 이로 인해 기준 자체가 지나치게 느슨한데다 곳곳에 면제 또는 예외 조항이 많아 현 정권의 확장재정에 면죄부를 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홍 부총리는 당일 갑작스러운 예고 후 브리핑룸을 찾았고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각각의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국가채무와 재정수지를 앤드(AND)로 함께 보면 너무 엄격하고 둘 중 하나인 오어(OR)로 하면 너무 느슨해 상호보완적 측면에서 곱셈 산식을 마련한 것”이라며 “적어도 5~7년 정도는 이 준칙이 적합하고 그 이후 통합재정수지가 균형으로 가면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정불변한 준칙이 될 수는 없고 5년마다 검토할 때 조금 더 허용하거나 강화하는 범위로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홍 부총리는 “예외조건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국회와 협의해 일정 조건을 충족하도록 엄격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기 정부부터 재정준칙이 적용된다는 지적에 대해 홍 부총리는 “올해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던 여파가 내후년까지도 있는 구조”라며 “2022~2023년에도 이 준칙을 존중해 통합재정수지 마이너스를 줄여나가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하정연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