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서해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을 항해 중인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다가 실종된 후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40대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이 ‘아빠가 죽임을 당할 때 나라는 뭘 했나요’라고 쓴 손편지에 문재인 대통령이 6일 “나도 마음이 아프다”며 “해경 조사 및 수색 결과를 기다려 보자”는 답변을 전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문 대통령의 입장과 관련해 “대통령은 결국 답하지 않았고, 고등학생 아들이 듣고 싶은 사실에는 고개를 돌렸다”고 비판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답변 직후 구두 논평을 통해 “월북의 근거인양 평범한 가장의 빚만 들춘 해경의 조사결과를 듣자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변인은 “사람을 죽이고도 큰 소리 치는 북한의 눈치를 보며 진행되는, 의미 없는 수색을 지켜보자는 게 나락에 빠진 유족에 대한 위로로 적절한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이마저도 강민석 대변인을 통한 대리 답변에 그쳤을 뿐”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외려 포기를 종용하는 듯한 허망한 위로를 듣고자 이 나라 대통령님께 어린 학생이 한 맺힌 편지를 올린 것은 아닐 것”이라며 “대통령은 가해자 편이 아닌 국민 편에 서 있어야 했다. 오늘도 여전히 대통령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북한의 공무원 피살 사건 피해자의 형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제안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을 정했다.
국민의힘은 지속해서 해당 사건과 관련해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망한 A씨는 월북 정황이 없다는 입장으로 지난 3일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 정부는 결정적 물증도 없이 실종 공무원을 월북자로 규정했다”면서 “정부가 자기 책임 줄이기 위해 꺼낸 월북론은 희생자를 두 번 죽이고 남북관계도 악화시키고 있다”고 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5일 A씨의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A씨의 아들은 편지를 통해 “(아빠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고, 광복절 행사, 3·1절 행사 참여 등에서 아빠의 애국심도 보았다”고 말했다. 또한 “(아빠는) 대한민국의 공무원이었고 보호받아 마땅한 대한민국 국민이었다”며 “저와 엄마, 동생이 삶을 비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돌려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이래진 씨 제공=연합뉴스
앞서 공무원 A씨의 아들 B군이 문 대통령을 향해 “아버지의 명예를 돌려달라”며 억울함을 호소한 친필 편지가 5일 A씨의 친형 이래진(55)씨를 통해 공개됐다.
B군이 문 대통령에게 쓴 자필 편지는 “존경하는 대통령님께 올립니다”로 시작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명예를 되찾아 달라는 간절한 호소가 담겼다. B군은 아버지 A씨가 피격당하기 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통화를 했고 동생에게는 며칠 후에 집에 오겠다며 화상통화까지 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런 아빠가 갑자기 실종이 되면서 매스컴과 기사에서는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까지 연일 화젯거리로 나오고 있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동생과 저와 엄마는 매일을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한 가정의 가장을 하루아침에 이렇게 몰락시킬 수 있는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지요”라고 물었다.
해경은 지난달 29일 중간발표를 통해 실종자(A씨)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점 △북측이 실종자만이 알 수 있는 A씨의 이름, 나이, 고향, 키 등 신상정보를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던 점 △국방부 자료에 실종자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이 나타난 점 △3억3,000만원의 금융기관 채무 중 2억6,800만원이 도박 빚인 점 등을 들어 월북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B군은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는 저희 아빠가, 180cm의 키에 68kg밖에 되지 않는 마른 체격의 아빠가 39km의 거리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 갔다는 것이 진정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다”고 해경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본인만 알 수 있는 신상정보를 북에서 알고 있다는 것 또한 총을 들고 있는 북한군이 이름과 고향 등의 인적사항을 묻는데 말을 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라며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면 누구나 살기 위한 발버둥을 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하지만 이 또한 나라에서 하는 말일뿐 저희 가족들은 그 어떤 증거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발표를 믿을 수가 없다”며 “저는 북측 해역에서 발견되었다는 사람이 저희 아빠라는 사실도 인정할 수 없는데 나라에서는 설득력 없는 이유만을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B군은 “대통령께 묻고 싶다”며 “지금 저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의 주인공이 대통령님의 자녀 혹은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습니까”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