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할 거 없다""부적절"…與 '노동개혁' 엇박자

홍영표 "국가적으로 해야 할 일"
이낙연 "노동 안정성 몹시 취약"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연합뉴스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의 수용 입장을 밝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당에 노동개혁 ‘역공’을 펼치면서 여권 내부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당내에서 노동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브레이크를 거는 등 당내에서 상반된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부에서 한동안 노동개혁 문제를 놓고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내 대표적인 노동계 출신인 홍영표 전 원내대표는 6일 노동법 개정에 대해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여당 입장에서 껄끄러운 노동개혁 이슈를 김 위원장이 먼저 꺼내 들었지만 민주당이 주도해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 의원은 이날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국가적으로 해야 할 일이 노동개혁임이 분명하다”며 “노동시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 등의 기술발전으로 좋은 일자리는 갈수록 사라지고 있어 근본적으로 노동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노동의 안정성 역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지난 2019년 원내대표 시절에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노동 유연성·안정성을 동시에 높이자’고 제안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대기업·공공부문·정규직이 안 되면 2류 인생 취급을 받는다. 대기업 정규직 평균임금은 400만원이었던 반면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151만원에 불과했다”며 “노동시장 양극화는 대통령과 정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해법은 사회적 대타협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도 그는 노동개혁 원칙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내세워 노동계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홍 의원은 “공정경제 3법을 우선 처리하면서 지금까지 잘못된 기업 관행과 불투명한 경영을 개선해 노동계의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며 “공정경제 3법은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이 3법과 노동법 개정을 연계 처리하는 식으로 일종의 ‘물타기’를 할 수 있다는 경계감에서다. 그는 “3법을 통해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면서 노동개혁을 병행해야 사회적 대타협에 노동계가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같은 날 이 대표는 “야당이 거론하는 노동법 개정은 부적절하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생존의 벼랑에 내몰리고 있다. 노동 안정성이 몹시 취약하다는 사실도 아프게 드러나고 있다”며 “이런 시기에 (노동법 개정으로) 해고를 쉽게 하고 임금을 유연하게 하자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너무도 가혹한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3법’ 개정과 동시에 노동법도 개정하자는 김 위원장의 제안을 거부한 것이지만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여운을 남겨 향후 논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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