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구개발(R&D) 과제에서 최근 4년간 참여제한 처분을 받은 연구자 23명이 30개의 정부과제 책임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2019년 NTIS(과학기술종합정보시스템)에서 정부 R&D 참여제한 연구자가 제한기간 내 신규 R&D 과제의 연구책임자로 선정한 경우만 꼽은 것이라 실제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변재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더불어민주당·청주 청원구)은 6일 이같은 결과를 밝히며 “조사기간을 현 시점으로 확대하고 참여 연구자와 출연금 사업까지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게 되면 훨씬 많은 위반 행위가 발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 처분자 과제수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총 30건의 과제 위반 사례 중 중소벤처기업부 과제가 11건으로 가장 많았고, 과기정통부가 6건, 환경부 5건, 농촌진흥청 2건, 산업부·교육부·농림부·식약처·복지부·중기청에서 각각 1건씩이었다. 연구주체별로는 기업에서 15명의 참여제한 연구자가 17건, 서울대·고려대·부산대·건국대·전북대에서 각각 1명이 총 8건, 공공연구원에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2명이 4건, 국립식량과학원의 1명이 1건을 수행했다.
참여제한 처분에도 불구하고 2건 이상 과제를 수행한 연구자도 6명이나 됐다. 심지어 부산대의 한 연구자는 연구비 부정사용으로 2번이나 참여제한 처분을 받았지만 환경부로부터 4개의 과제를 따냈다. 총 30개의 과제 중 24건은 종료되고 6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변 의원은 “연구자 스스로 자기검열이 가능했음에도 죄의식 없이 참여해 대다수의 선량한 과학자들까지 싸잡아 비난받게 만들고 있다”며 “‘걸린 놈만 재수가 없을 뿐’이라는 일상화된 윤리의식 부재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무엇보다 법에서 관계부처와 기관에 제재정보를 통보하고 NTIS에도 등록하도록 돼 있는데 부처 담당자가 과제관리에 소홀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대부분의 정부 R&D 과제는 부처별로 차이는 있지만 협약시 제출 서류에 과제 책임자의 참여제한 여부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으나 참여 연구자들에 대한 검증은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변 의원은 “법·제도 자체의 허점도 여러군데 발견됐다”며 “과학기술기본법과 공동관리규정에는 참여제한과 환수를 구체적으로 명기하고 있는데, 정작 공동관리규정의 적용범위에 정부출연연구소와 전문생산연구소의 출연금 기관사업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부 R&D 주관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전수조사를 실시해 관련 법과 규정에 따라 조치하겠다”며 “내년부터 공동관리규정 폐지와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의 시행이 이뤄지면 법·제도의 허점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추진 중인 과제지원시스템을 내년 상반기까지 구축해 각 부처가 제재 정보를 실시간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변 의원은 “정부가 나랏돈은 눈먼 돈이라는 잘못된 사회풍토가 조성되지 않도록 반성을 많이 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