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국내의 한 고등학교에서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시험지가 유출된 정황을 확보하고 압수수색에 나섰다. 지난 2013년 국내 학원가에서 SAT 기출문제가 유출돼 사회적 물의를 빚은 데 이어 다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6일 오전부터 경기 용인시 A고등학교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고등학교는 지난해 SAT가 치러진 전국 17곳의 시험장 중 한 곳이다.
경찰은 이 학교 진학 상담사인 B씨가 시험장으로 배송된 시험지 사진을 찍어 국내 브로커 C씨에게 유출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B씨는 SAT 시험장마다 지정된 ‘테스트 코디네이터’로 시험지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B씨의 컴퓨터와 A고등학교 시험본부 폐쇄회로(CC)TV 파일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B씨와 브로커 C씨의 연관성이 확인돼 압수수색을 집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B씨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입건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SAT 문제를 불법으로 빼돌린 브로커 C씨를 구속하고 이를 활용한 학원 강사와 학부모 등 20여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한 바 있다. C씨는 SAT가 같은 날 전 세계에서 진행되면서 시차가 생기는 점을 이용해 늦게 시험을 보는 유럽 등지에 있는 학생이 SAT 시험문제를 미리 볼 수 있도록 건당 2,000만∼5,000만원을 받고 문제지와 정답지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이를 미리 받아보고 시험을 치른 학생들은 미국 주요 대학에 실제 합격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고등학교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A고등학교의 한 관계자는 “시험 당일 SAT에서 위탁한 기관에서 감독관이 시험지를 가지고 오고,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만큼 유출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사건 관계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앞서 2013년에도 SAT 기출문제 유출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낳은 바 있다. 당시 서울 강남 어학원 원장 등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거나 카메라를 이용해 시험장에서 문제를 암기 또는 촬영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유출했다. 또 다른 어학원은 전문 브로커를 통해 SAT 기출문제를 구입해 학원 강의·교재로 사용하기도 했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