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현금운송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에 공급될 추석자금 방출 작업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에 돈을 쓸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가계 여유자금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반기업은 수익성 악화와 운전자금 수요 증가로, 정부는 국채 발행과 재정 집행 등으로 각각 자금조달 규모가 급증했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금운용액은 지난해 동기(24조원)보다 166.6% 급증한 64조원을 기록했다. 자금순환은 일정 기간 발생한 돈의 흐름을 경제주체별로 집계해 돈이 어디에서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순자금운용(자금운용-자금조달)이 증가한 것은 여유자금이 늘었다는 의미를 가진다.
가계 자금운용(금융자산 순취득)은 110조1,000억원으로 2009년 현행 방식으로 집계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기성 자금을 중심으로 금융기관 예치금이 49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6% 증가했고,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는 21조3,000억원으로 660%나 급증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채권 역시 11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가계 자금조달(금융부채 순발행)도 46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0조7,0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는 2016년 4·4분기(48조9,000억원) 이후 가장 많다.
한은 관계자는 “순자금운용 규모는 긴급재난지원금 등 정부로부터 이전소득에 따른 가계소득 증가, 신규주택투자 둔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 등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확대됐다”며 “공모주 청약 등 주식투자도 일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일반기업을 나타내는 비금융법인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29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5조3,000억원) 대비 확대됐다. 자금운용이 61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1조2,000억원)보다 122.7% 증가한 반면 자금조달이 90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6조6,000억원) 대비 239.8% 증가한 영향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이 줄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고, 운전자금 수요 증가 등으로 자금조달 규모가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39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000억원) 대비 크게 확대됐다. 자금운용은 10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3조6,000억원) 대비 규모가 축소됐다. 반면 국채 순발행(발행-상환)이 확대되면서 자금조달은 48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3조7,000억원)보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채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정부는 2·4분기에 세금 납부 유예 등으로 수입이 둔화되고, 적극적인 정부 집행으로 이전지출이 늘면서 순자금조달 규모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조지원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