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 외교부가 해외 여행 자제를 권고했음에도 ‘요트’ 구입을 목적으로 미국 여행을 떠나 정치권 안팎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인의 가족으로서 조금 적절치 못했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씽크탱크 민주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홍 의원은 6일 전파를 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번 강 장관 남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은퇴한 교수로서 나의 삶을 살겠다는 것을 한편으로 이해가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이 교수뿐만 아니라 많은 고위 공직자의 가족들이 외제차나 소위 명품들에 대해 경계하고 가는 게 있다”면서 “삶의 어떤 불편함이 있겠지만 가족 중 한 명이 공인이 된 순간 짊어져야 할 무게라고 본다”고도 했다.
홍 의원은 이어 “국회의원들도 ‘공인의 가족은 어항 속 금붕어와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상황을 짚은 뒤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의 가족들이 시장에 가서 장을 볼 때 물건을 선택하지 못하기도 한다. 좋은 것만 선택해서 담았다고 하면 말 나올까 봐”라고 말했다.
아울러 홍 의원은 “인간적으로 이 교수의 어떤 은퇴한 노교수의 로망이랄까, 그런 부분은 이해하지만 국민의 여러 가지 감정이나 공인의 가족으로서 짊어져야 할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한 고민이 함께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또한 ‘강 장관이 더 강하게 말렸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서는 “강 장관도 충분히 설득하고 만류했을 것”이라면서 “그게 참 어려운 부분이다. 가족들이 (설득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요즘 내 자식도 제가 통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덧붙여 홍 의원은 “많은 분이 오해가 있는 게 해외여행을 금지한 게 아니다”며 “(이번 논란의) 쟁점은 이 시점에서 외국 여행을 갔다는 것도 있겠지만 요트, 해외여행이 주는 어떤 상류층에 대한 고위 공직자 가족으로서 적절했느냐에 대한 질문을 국민이 갖고 계신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2017년 청와대에서 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강 장관과 남편 이일병 교수./연합뉴스
홍 의원은 그러면서 “이 문제가 뭐 안타깝고 적절치 않다고 하지만 장관의 거취까지 가거나 정쟁, 이걸 갖고 논쟁을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강 장관은 지난 4일 실·국장들과의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자신의 남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국민들께서 해외여행 등 외부활동을 자제하시는 가운데 이러한 일이 있어 경위를 떠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강 장관은 회의 이후 외교부 청사를 떠나면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반복하면서 “(남편이) 워낙 오래 계획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간 것이라서 귀국하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아울러 강 장관은 “여행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설득도 했다”면서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본인도 잘 알고 있었고 결국 본인이 결정해서 떠났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 교수의 이번 미국행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외교부가 지난 3월23일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별여행주의보는 해외여행 자체를 금지하지 않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것을 권고한다. 여행자 개인뿐 아니라 국가 전체 방역을 위한 조치다.
특히 강 장관의 남편은 지난 2월에도 정부가 ‘베트남 여행 최소화’ 권고를 내놓은 가운데 호찌민 지역을 관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여러 사람이 몰리는 대표 관광 코스인 전쟁박물관과 호찌민시 박물관 등도 찾았다고 적었다.
문제는 이 교수 방문 기간에 우리 정부가 베트남에 여행 최소화 조치를 권고했다는 점이다. 당시만 해도 베트남은 1월23일 첫 감염자가 발생한 이래 꾸준히 확진자가 늘고 있는 추세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월 초 ‘중국 외 지역 내 전파 확인 또는 추정 사례’가 보고된 국가로 싱가포르·한국·일본·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미국·독일·프랑스·영국·스페인·아랍에미리트 등 12개국을 지목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중국과 교류가 많은 싱가포르·일본·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대만 등 6곳에 대해 우선적으로 해외여행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다. 이 교수가 호찌민에서 각종 박물관을 찾았다고 밝힌 시점은 이 직후인 12일(현지시간) 오전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교수는 베트남을 다녀온 이틀 뒤 해외발 감염에 따른 대구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카리브해로 여행을 떠났다. 6월에는 그리스 지역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취소하기도 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